[파행으로 끝난 임시국회]본회의도 못연채 '빈손 폐회'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국회 운영위에서의 국회법개정안 날치기로 빚어진 파행국회 이틀째인 25일 민주당과 자민련은 내친 김에 본회의까지 강행처리를 의도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필사적인 저지로 결국 소득없이 발길을 돌렸다.

▽민주당의 자민련 성토〓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과 김종호(金宗鎬)부의장이 한나라당의원들에 의해 국회 등원이 원천봉쇄되고, 이의장의 주선으로 열린 여야 총무회담도 결렬돼 본회의 개의 자체가 무산되자 민주당에선 “자민련이 한나라당과의 밀약설을 흘려 날치기를 유도하더니 뒷감당을 못해 일을 그르쳤다”며 자민련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이날 밤 10시경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김부의장이 24일밤 자기 발로 귀가해 자택 연금을 자초했고, 탈출했다가 다시 잡혀 망신살만 뻗쳤다”며 김부의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의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 등 지도부는 “자민련 부분은 마음 속에 담아두자”며 파문 진화에 급급했다.

의원들도 결국 계류안건 단독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뿔뿔이 헤어졌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이처럼 ‘후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양당의 의석수 합계가 135석(이만섭의장 제외)으로 의사정족수인 과반수(137석)에 미달해 민국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동의없이는 본회의조차 단독으로 열 수 없는 속사정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엇갈린 희비〓한나라당은 이날 아침부터 이만섭의장의 서울 한남동 공관과 김종호부의장의 서울 서교동 자택에 소속의원들과 보좌진 등을 보내 본회의 개의를 원천봉쇄했다.

날치기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이의장과 달리, 자민련 소속인 김부의장의 자택에선 한나라당과 자민련 관계자 간에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한때 김부의장의 탈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나라당내에는 ‘날치기 임박설’과 함께 약사법개정안 등 민생법안을 분리처리하자는 ‘유화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4시50분경 김부의장이 옆집에서 ‘검거’됐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국회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환호하면서 총무협상 등에서 여권의 선(先)사과를 요구하는 등 다시 강경으로 선회했다.

반면 김부의장 탈출에 의기양양했던 민주당과 자민련은 김부의장 억류소식에 분위기가 반전, 풀죽은 기색이 역력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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