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외교 어디로]일부 외교단체 구성도 못해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8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역학 관계가 급속도로 변화할 조짐이지만 국회의 의원외교 활동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의 의원외교 단체는 개별국가 친선협회 67개와 권역별 외교협의회 4개 등 모두 71개. 그러나 이들 단체는 아직 일부 정당이 단체별 회원의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상견례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주요 단체의 경우 여야가 회장직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느라 본격 활동이 늦어지고 있다. 한일 의원연맹은 회장으로 내정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적격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오랜 국제활동으로 주요 국가 사정에 정통한 다선 중진의원들이 ‘4·13’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것도 의원외교 활동 부실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민주당 박정수(朴定洙), 자민련 오세응(吳世應)전의원 등이 손꼽히는 전문가이지만 이들이 모두 16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해 이들을 대신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실정. 특히 이들은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는 미 공화당에 지인들이 많아 이들의 공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본 역시 대표적인 일본통이었던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민주당 김봉호(金琫鎬)전의원 등이 일제히 빠졌다. 또 중국도 민주당 서석재(徐錫宰),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전의원 등이 없어 의원외교의 내실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의원외교가 꼭 필요한 주요 현안이 불거졌는데도 국회가 팔장을 끼고 있는 경우가 잦다.

주미대사 출신의 민국당 한승수(韓昇洙)의원은 20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같은 문제에선 우리 의원이 미국 내의 인맥을 동원해 미국 의회에서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면 개정 협상이 훨씬 손쉬운데 이를 하려는 의원조차 없다”고 안타까워했다.외무장관 출신의 박정수전의원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현역의원 중 누가 양국 교량 역을 맡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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