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청와대가 친북세력이냐"발언 논란

  • 입력 2000년 7월 13일 13시 43분


국회 대정부 질문 사흘째인 13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친북세력' 발언을 놓고 본회의가정회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이날 소란은 다섯번째 질문자로 나선 권 의원이 질문도중 북한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비방발언에 대한 정부측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하면서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냐"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권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머문) 2박3일만에 (북한과) 만리장성을 쌓았느냐"면서 "도대체 북한에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북한에 그런 저자세를 취하고 있느냐"고 주장했다.

권 의원의 이런 발언이 계속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 본회의장은 일시에 고함과 삿대질이 오갔으며,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즉각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권 의원 발언을 성토했다.

천 의원은 "권 의원의 발언이 개인발언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이나 이 총재가 지시해서 조직적으로 행한 발언인지 묻고 싶다"면서 "권 의원은 발언을 정식 취소하고 속기록에서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천 의원은 또 "청와대가 용공세력이냐는 식의 발언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으며 과거 50년 동안 한나라당이 해온 우리당에 대한 비열한 용공음해를 재연한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이에 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까지 분을 참지 못한 듯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속에 분위기가 격양되자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이북의 언론이 잘못한 것은 분명한 것인데 그 언론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고 싸워서야 되겠느냐"면서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어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권 의원이 특정용어를 썼다는 것 때문에 여당쪽에서 지나친 반응을 보였다"며 "제1당 총재에 대한 북한언론의 망발에 대해 정부는 적절한 사과를 받아내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함에도 오히려 청와대관계자가 시건방진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권 의원의 `친북'이라는 얘기는 북한을 적절히 이해하고 충언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용어로 쓴 것"이라고 해명을 시도했으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말장난하지 마라'며 또한차례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처럼 소란이 계속되자 결국 이만섭 의장은 "이 자리에서 여야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냐, 다 함께 냉정을 요구한다"면서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가 선포된 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친북세력'발언 논란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 = 연합뉴스 맹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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