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의 6·15선언 들여다보기]인적교류 물꼬텄다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2분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당면 정책과제로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과 남북한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당국간 대화 상설화 등을 추진해 왔다. 이런 과제들이 남북공동선언 3, 4, 5항으로 명시되어 실현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이산가족 재회문제는 제3항에 안착됐다. 이산가족문제는 체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북한이 매우 부담을 느껴온 사항이었다. 남북한에 수백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존해있는 현실에서 이산가족 재회는 대규모 인적교류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산가족문제 부분은 8·15 전에 방문단을 교환하기로 함으로써, 공동선언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이 합의를 넘어 면회소 설치에 대해서도 일정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소 위치는 금강산 관광지역이 유력시된다.

제3항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과 함께 30∼40년간 수형 생활을 하고 출감한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문제도 확인했다. 또 납북자 문제 등을 이산가족의 틀 속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해결하는 등…”이라는 표현을 썼다.

공동선언 중에서 경제협력 관련사항은 짧은 문구에 가장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두 정상은 경제협력을 통해서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간략하게 적시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경협 활성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보완, 철도연결 전력지원 임진강 수방대책 등 단기적 협력사업, 경의선 복선화 및 공단 건설 등 장기적 사회간접시설(SOC) 투자문제 등이 실천내용으로 함축되어 있다.

특히 특별수행원 중 경제인들은 14일 오후 북측 경제인들을 만나 대북 투자를 위해서 청산결제, 이중과세 방지 등 당국간 투자보장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공동선언을 계기로 이러한 문제들도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경제협력분야에서 축약의 묘미를 보이면서 추상적 합의만을 명기한 데는 단기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되는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배려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선언 제4항은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 위해서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시키기로 하였다. 이는 앞으로 다차원에서 광범한 남북교류가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현장 재가에 따라 이루어진 8·15전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 합의는 향후 사회문화교류의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제5항은 두 정상이 합의한 사항들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당국간 대화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이달 중 있을 예정이다. 또 후속조치 논의를 위한 장관급 대화와 경제분야 협의기구도 8·15 전에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화기구들은 앞으로 선언내용에 대한 치장보다는 실천에 치중하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대북 포용정책으로 명명되는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은 공동선언 3,4,5항을 통해 이제 모색단계를 넘어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허물고 사실상 통일상태를 향한 본격적인 장정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상회담 특별수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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