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송오찬 스케치]손에 손잡고 ‘우리의 소원’ 합창

  • 입력 2000년 6월 15일 23시 15분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영빈관 1호각에서 열린 대표단 환송 오찬에서도 김위원장은 예의 파격을 보이면서도 김대통령에 대해 깍듯이 예우.

간편복 차림의 김위원장은 이날 오찬에 앞서 백화원영빈관에서 김대통령 내외와 함께 20분간 티타임을 가진 뒤 낮 12시20분쯤 박수 속에 오찬장에 입장.

김위원장은 헤드테이블에 앉으면서 김대통령의 의자가 자신과 똑같이 팔걸이가 없는 의자인 것을 보고 바로 뒤에 서있던 군복차림의 의전장을 불러 “김대통령께 팔걸이 있는 의자를 갖다 주시오”라고 호령한 뒤 “애초부터 준비하지 않고…”라며 세차례나 관계자를 질책.

이어 조명록북한인민군총정치국장과 임동원국가정보원장의 오찬사 및 답사에 이어 건배제의가 나올 때마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서로 잔을 마주치며 건배. 김위원장은 이어 자리에 앉자마자 전날 만찬 때의 ‘거한 술파티’를 주제로 얘기를 시작. 김위원장은 “모두들 역시 김정일위원장의 술실력이 날카롭다고 하더구만. 술실력이야 통일부장관이 나보다…”라고 농담. 이에 김대통령이 “저는 네번에 걸쳐서 마시고…”라고 말하자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에게 독주(毒酒)대신 포도주를 권유.

○…오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돌아가자 남측과 북측 대표들은 한사람씩 나서서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에게 인사하며 술잔을 권했고 두 정상은 이들의 권주에 일일이 대응하며 남북관계의 성공을 기원하는 건배를 들었다.

오찬장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남측의 경제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김위원장에게 잔을 줄 것을 요청했고 뒤이어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도 나와 김위원장에게 차례로 술잔을 받았다. 김위원장은 이때 개별적으로 친분이 있는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에게는 “곧 다시 오신다고 들었는데 아버님(정주영 전현대명예회장)을 모시고 오십시오”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김위원장과 건배한 뒤 김대통령에게도 건배 제의를 해 김대통령이 이들에게 술을 따랐다. 이를 지켜보던 김위원장은 “이런 사변이 있을 때는 과거에 CNN을 데려오고 했는데 잘 보도해 주기 바란다”고 보도진에 말을 걸기도 했다. 김위원장은 또 “과거 구정치인이 한탄하고 후회하도록 합시다”고 외쳐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고 계속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북남관계의 돌파구를 연 투사로 기록되도록 합시다. 새로운 역사를 연 추억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 주변에 있던 참석자들이 함께 서서 기념촬영을 하자 박지원문화관광부 장관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도록 합시다”고 제의, 모든 참석자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이때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함께 손을 잡고 흔들며 매우 감격하는 표정.

박지원장관은 “문화부 장관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겠다”면서 즉석에서 ‘내곁에 있어줘’와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를 연이어 불렀다.

○…이날 환송오찬에는 북측이 새롭게 개발한 다양한 메뉴가 나와 눈길. 배를 쪼개 속살을 둥그렇게 파낸 뒤 그 안에 김치를 넣어 익힌 ‘배속김치’와 야자열매 안의 물을 뺀 껍질에 상어지느러미를 넣어 끓인 ‘야자상어 날개탕’ ‘곰발통찜’등이 그것.

김위원장은 또 여러가지 북측 전통술을 가져오게 해 남측인사들에게 들게 했는데 ‘도토리산삼술’, ‘구렁이술’ 등을 포도주와 함께 내놓았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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