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공동선언의 법적 효력 논란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6·15 남북공동선언은 단순한 ‘선언’에 불과한 것인가, 법적 효력이 있는 조약 또는 규범인가.

법조인들은 이 선언문을 일종의 ‘신사협정’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지도자들 간에 법적 구속력 없이 신의(信義)에 기초해 마련된 약속이라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동선언을 국가간에 체결된 조약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법적 효력이 인정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91년 남북이 서명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하면 북한은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했으며 따라서 북한은 더 이상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자 “남북합의서는 남북당국의 성의 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문에는 신사협정 이상의 ‘법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한다. 성신여대 법대 조시현(趙時顯)교수는 “이번 선언은 한국정부가 처음으로 북한을 법적으로 승인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선언문 끝에 서명주체로 ‘대한민국’과 함께 북한의 공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명기한 것은 북한을 한 국가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AP와 AFP 등 해외통신사들이 이번 선언을 ‘선언문(Declaration)’ 대신 ‘합의문(Agreement)’으로 표현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 국제법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이번 공동선언을 신사협정 이상의 중대한 법적 의미를 지니는 국가 간의 합의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동선언에 기초해 남북한 실무자들에 의해 체결되는 구체적인 합의서와 계약 등은 국제조약이나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