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피터 벡/경협 어떻게 될까?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이 공동선언 서명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는 남북한이 문서에 담긴 약속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가 하는 일만이 남았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중요한 상징적인 조치들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상봉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남북한 관계 개선에 가장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될 분야는 경제협력 확대다. 중국과 대만의 경험이 말해주듯 경제교류는 상호 적대감을 불식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됐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는 것은 북한이 남한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은 김대중대통령의 포용정책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김정일위원장이 최근 중국의 컴퓨터 제조업체를 방문했을 때 했던 말들을 곱씹어보면 그가 북한경제를 개혁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남측 수행원에 6개 재벌의 최고경영자들이 포함된 것을 보면 남한도 경제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 경제협력 확대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만하다.

남북한 경협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투자에 관한 믿을만한 원칙과 규제를 세워야 한다. 이는 북한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또 북한의 빈약한 사회간접자본도 외국인투자를 막고 있다. 남한의 기업들은 투자초기에는 발전 및 송전설비 도로 통신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북한이 과연 남한과의 경제교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것은 현대그룹이 제안한 공단위치를 어디로 결정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지리적으로 남한과 가깝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항구와 가까운 해주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꺼리고 있다. 북한이 공단 위치를 멀리 떨어져 있고 인구도 적은 신의주로 결정한다면 남한 등 외부의 투자로 인한 경제적 혜택보다 자본주의 침투에 대한 우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2000억달러에서 수조달러까지의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남한과 북한 경제가 통합되는데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이 경협확대의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시작이 반’이라는 한국 속담이 생각난다. 이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일만이 남았다.

피터 벡(미국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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