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 합의]'낮은 단계 연방제' 수용 北 설득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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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3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공식 정상회담에 들어가 밤 11시20분 공동선언문에 합의 서명하기까지 두 정상과 양측 대표단간에는 숨가쁜 줄다리기가 있었다.

▼'연합제'와 '연방제' 갈등▼

공동선언 제2항에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라고 표현한 것은 김대통령이 김국방위원장을 상당시간 설득한 결과라고 박준영대통령공보수석이 전했다. 북측의 공식적인 연방제안은 ‘중앙정부가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는 것으로 김위원장은 단독회담에서 이를 계속 주장했다는 것.

그러나 김대통령이 “그것은 국제기구에서의 관계 등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장시간 설명해 지방정부가 외교와 군사권한을 갖도록 하는 의미의 ‘낮은 단계의…’라는 표현을 쓰기로 최종 합의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회담 후 “내가 젖먹던 힘까지 내서 진실되게 설명했다”고 회담분위기를 설명했다고 박수석은 전했다. 그는 “회담시간이 3시간50분이었지만 (10분을 뺀) 3시간40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특히 통일방안에 대해 두 정상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부연.

▼합의문 서명주체 논란▼

공동선언에 서명하는 사람을 누구로 할 것이냐를 놓고 밀고당기기가 있었다. 북측은 국방위원장 직책이 형식적으로는 국가원수가 아닌 만큼 대통령과 함께 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이 서명하거나, 두 정상의 명을 받아 다른 두 사람이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 그러나 남측이 “우리는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을 남북의 지도자로 생각한다”고 고집해 결국 두 정상이 서명하는 것으로 결론.

▼합의문 서명 지연▼

두 정상은 큰 틀에만 합의했고 합의 문안은 밤 8시50분경부터 남측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과 북측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 등 실무선에서 작성하기 시작. 양측 실무진은 두 정상이 목란관에서 만찬을 하는 도중 공동성명 초안을 마련해 만찬장으로 들고가 김아태평화위원장이 김국방위원장에게 먼저 보고했고, 김국방위원장은 이를 검토한 뒤 일부 수정을 지시하고 그 내용을 남측의 임국정원장에게도 설명.

다시 임국정원장이 김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막후 조율작업이 숨가쁘게 이뤄진 후 장소를 백화원영빈관으로 옮겨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10분 전인 밤 11시10분에서야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 이 과정에서 김아태평화위원장이 김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과 김국방위원장의 방을 번갈아 오가면서 메신저 역할을 담당.

▼김정일위원장의 불만토로▼

정상회담에서 김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펴는 스타일이었다고. 김국방위원장은 회담에서 김대통령의 발언 중간중간에 “나도 섭섭한 게 있는데 말씀을 하겠다”면서 그동안 남측에 대한 불만을 기탄 없이 털어놨다는 것. 김국방위원장은 “우리는 일관되게 하는데 남측에서 모순되게 한다. 이래서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한때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국방위원장은 또 남측 신문이 김대통령과 함께 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좋지 않게 다룬 기사를 보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것.

김대통령도 나름대로 북한에 대해 서운한 점을 김국방위원장에게 밝혔다. 박수석은 김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서운하다고 했는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잠수정 침투사건이나 연평해전에 대해 우회적으로 항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대두.

박수석은 “김대통령은 서로간에 전쟁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고 전해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문제 제기가 있었음을 시사. 박수석은 “김대통령의 이같은 문제제기, 김국방위원장과의 논의 등을 통해 공동선언문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설명.

박수석은 “대체로 김국방위원장은 적극적이고 뭔가를 이루려는 자세였다”며 “김대통령이 여러번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는 탄압을 받고도 집권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등 김대통령의 정치역정에 대해 여러 번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고 전언.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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