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 스케치

  • 입력 2000년 6월 14일 17시 3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의 2차 정상회담은 1차 회담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이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찾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남북 양측의 합의에따라 김대통령이 옥류관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한 시간 가량 휴식을 취한 다음 갖기로 해 오후 3시에 열렸다.

김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영빈관 1각 1층은 대리석 바닥에 연두색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회담 시간이 가까워오자 45분께부터 남측 배석자인 황원탁 외교안보수석과 이기호 경제수석 등이 속속 김대통령이 쉬고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양측 경호팀도 바쁘게 움직였다. 북측은 회담을 취재하러온 기자들을 상대로 철저한 몸 검색을 벌였으며 이어 50분께는 남북 양측의 기자들이 두 정상이 만나는 차 현관 출입문에 배치를 완료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56분께 우리측 공식수행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김위원장이 들어설 현관 앞 카펫 중앙에 들어섰으며 김위원장을 기다리는 약 1분동안 임동원(林東源) 특보로부터 간단한 보고를 받기도 했다.

곧이어 닫혀 있던 현관문이 열리면서 김위원장이 먼저 들어섰고 김용순(金容淳) 아태위원장 등이 뒤를 따랐다.

인민복 차림의 김위원장은 들어서자 마자 우렁찬 목소리로 "편히 주무셨습니까"하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도 모든 행동이나 표정은 전날 첫 만남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이 없었다.

두 사람은 잠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준 뒤 복도를 따라 20여미터를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주로 김 위원장이 김대통령이 편하게 쉬었는지를 묻는 얘기였다.

회의장은 20명 이상이 회의를 할 수 있는 대회의장이었으며 회의용 책상에는 펜2자루와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중간에 마주 보고 앉았고 김 위원장은 비닐에 담겨 있는 10여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자신의 앞에 놓았다.

배석자들이 두 사람의 양쪽 옆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큰 목소리로 “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긴장되지 않았습니가까”라며 간밤과 이날 오전의 안부를 묻는 인사를 건넸으며 김대통령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다.

김대통령이 이날 점심때 옥류관 냉면이 잠시 화제에 올랐고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분위기를 김위원장이 전했으며 남측도 마찬가지라는 김대통령의 화답이 계속됐다.

김위원장은 남측의 TV방송을 본 얘기를 하면서 “남측 인민들도 다 환영하더라”며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 김위원장은 외국 언론이 자신을 ‘은둔자’로 표현하고 있는데 대해 “구라파 사람들이 내가 운둔생활을 한다고 하는데 중국도 가고 인도네시아도 여러번 갔다 왔다”면서 그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강조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김위원장은 이어 “김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생활을 해방했다고 하는데 그런말 들어도 좋다. 비공식으로 갔으니”라고 말해 그들의 표현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님을 시인하기도 했다.

또 김치 얘기도 화제에 올라 북조선 김치가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데 대한 불만도 간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평양=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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