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의 평양 만남]"역사는 오늘을 지켜본다"

  • 입력 2000년 6월 13일 18시 38분


2000년 6월13일 오전 10시30분 구름이 다소 낀 평양 순안공항.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공항 활주로에 멈춰 서자 공항 한편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김위원장은 군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곧바로 비행기 트랩 앞까지 걸어나와 김대통령을 마중했다.

잠시 후 김대통령이 청와대 휘장이 부착된 전용기 출입구 밖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감회에 젖은 듯 5, 6초간 북녘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김대통령이 트랩을 내려오기 시작하자 김위원장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이에 김대통령도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활주로에서 두 정상은 활짝 웃으며 두 손을 굳게 잡았다.

“반갑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분단 55년 만에 평양 땅을 밟은 최초의 국가원수인 김대통령의 ‘평양 제일성(第一聲)’이 이어졌다. 간결하면서도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두 마디였다.

이어 김위원장과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 김대통령은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趙明祿)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측 고위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두 정상은 나란히 인민군 육해공군 3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대통령은 밝은 표정 속에, 김위원장은 경례자세로 사열을 했다. 북측 군중 1000여명은 붉은 색 조화를 흔들며 ‘김정일’ ‘김대중’ ‘만세’ 등을 열렬히 연호했다.

사열을 마친 두 정상은 공항에 깔린 붉은 카펫을 따라 단상에 올랐다. 북한의 여자 어린이 2명이 김대통령 내외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김대통령 내외는 미소를 지으며 포옹으로 답례했고 화동들은 북쪽 스타일대로 한 손을 높이 들어 경례했다.

이어 인민군 의장대의 활달하고 절도 있는 분열이 진행되는 동안 김위원장은 거수로 답례했다.

분열 후 김대통령은 환호하는 군중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었다. 남북의 경호원들이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김대통령과 군중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10여분의 공항 환영행사가 끝난 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환호를 뒤로 한 채 함께 리무진에 올랐다. 김대통령은 뒷좌석 오른쪽, 김위원장은 왼쪽이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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