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수도권 개표]민주당 '대약진' 한나라당 '부진'

  • 입력 2000년 4월 14일 03시 10분


수도권 97선거구 중 민주당은 13일 밤 11시30분 현재 57개 지역에서 1위를 달리는 선전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39개 지역, 자민련은 포천-연천의 이한동(李漢東)총재 1명만 1위를 나타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지난 15대 총선에 비해 민주당이 ‘대약진’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셈.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는 15대 당시 수도권 96개 선거구에서 30석을 얻었다. 반면 당시 신한국당 간판으로 이 지역에서 54석을 확보했던 한나라당의 이번 총선 성적은 ‘부진’이다. 15대 때 이 지역에서 5석을 얻었고 그 후 영입과 보궐선거 등을 통해 세를 13석까지 늘린 자민련은 가장 폭락세를 보였다.

97년 정권교체 후 여당으로 변신한 민주당은 이후 영입 등을 통해 세를 불린 결과와 비교해도 선전한 셈이다. 4월 현재 15대 국회의원 의석수는 민주당 42석, 한나라당 36석.

수도권의 정당별 판세는 15대 때와는 정반대가 된 것. 민주당으로서는 영남(65석)과 호남(29석)의 의석 차이에서 오는 열세를 수도권에서 상당부분 벌충했으나 36석의 골을 메우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수도권이 그런 대로 여야간에 균형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 결과 수도권에선 전체적인 여당 우세와 관계없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대상 여야 후보들이 대거 낙선하고, 중진의원들이 상당수 고배를 마시는 등 정치 세대교체가 뚜렷했다. 이는 낙선운동이 말해주듯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직접 행동’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이해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과거 식의 여야 개념이 희석되면서 여야 모두 박빙의 접전을 벌인 지역이 15대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것. 이제 특정당의 공천을 얻었다고 해서 수도권 특정 지역에서 당선을 장담할 수 있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는 성급한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도권 총선 결과를 세부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남야 북여(南野北與)’ 현상이 확연해지는 등 계층간 출신지역간에 또다른 골을 깊게 했다는 지적도 대두된다. 중상층과 부유층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권은 한나라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계층별 선호정당’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같은 투표 추세가 보수 정당 일색인 우리 정치판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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