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힘 "民心이 선거戰 양상 바꿔"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39분


여론조사가 선거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순간 순간 민심의 추이가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남으로써 후보들의 아전인수식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후보는 돈과 지원인력이 따라 붙지만 그렇지 못한 후보는 썰렁한 신세를 면치 못해 후보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민련의 경우 최근 조사결과 수도권에서 당선 가능지역이 2개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홍보자료까지 만들어 “95년 대전 시장선거의 경우 여론조사에선 자민련후보가 여당후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3배차로 승리했다”며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반박.

14일에는 경남 산청-합천의 권해옥(權海玉)위원장이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온 것과 관련, 중앙당사를 찾아와 “현지 분위기는 전혀 다른데 이렇게 보도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인천에 출마한 한나라당의 한 후보는 자신이 앞선다는 지역 평가와 달리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가 낮은 것으로 나오자 급히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취약지를 재점검하는 등 선거전략을 대폭 수정.

○…언론의 여론조사 공개에 대한 ‘열세 후보’들의 1차적 대응은 결과를 부정하는 것. 일부 후보들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엉터리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한데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고 항의하기도 한다. 일부 후보들은 외부기관의 조사결과가 ‘열세’로 나타날 것에 대비해 내부 ‘사기진작용’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민주당의 경우 최근 ‘열세’를 보이고 있는 ‘386후보’들에게 당이 별도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나눠줬는데, 대부분 상대후보에 비해 10%까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내용이었다는 후문. 반면 여론조사 결과가 상대후보에 비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후보들은 이를 복사해 돌림으로써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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