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씨 공천탈락 반응] "이회창이 나를…"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고문은 어디로 갈 것인가.

졸지에 공천 탈락이라는 폭탄세례를 받은 허주(虛舟·김고문의 아호)는 18일 자택에서 두문불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그리고 이회창(李會昌)총재까지 후보를 바꿔 태우며 항해해온 허주는 17일에도 “나에게는 앞으로 정치적으로 할 일이 많다”며 또다른 ‘원대한 구상’을 그리고 있었다. 18일 오전 8시경 한 공천심사위원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전해올 때까지도 완전 무방비상태였다.

‘허주 격침’은 그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1월말 경 윤여준(尹汝雋)총선기획단장 등 이총재의 핵심 측근들이 수도권에서 당의 개혁 이미지를 높이고, 이총재의 당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허주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

이에 이총재도 ‘묵묵부답’으로 추인했다는 것. 이에 따라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이 지난 설연휴기간에 김성조(金晟祚)경북도의원을 만나 경북 구미 공천가능성을 시사하며 ‘대안’마련 작업에 들어가는 등 극비작전에 돌입했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남권도 자기개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홍성우(洪性宇)공천심사위원장도 최근 김고문 배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주는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총재를 후보로 만든 일등공신이었으나, 이후 이총재와의 갈등을 통해 점차 고립돼왔다. 김고문은 “총선 후 내가 걸림돌이 되리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이회창을 총재와 대통령후보로 만든 나한테 이럴 수 있나”라며 “대구-경북 민심이 정치적 신의를 저버리는 이총재에 대해서 가만히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구 배려설에 대해서는 “정치를 안하고 말지”라며 일축했다.

아무튼 작전은 감행됐고, 이제 남은 것은 허주의 대응이다. 그러나 원군(援軍)이 될 수 있는 대구-경북 의원들이 대부분 재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군세(軍勢)면에서 허주는 절대적 열세에 처한 형편. 문제는 대구-경북 지역 민심의 향배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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