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공조복원 어렵다" 목청 높여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앞으로 2여 연합공천의 ‘연’자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으로부터 연합공천 제의를 받은 일도 없고 협의한 바도 없으며 그런 협상에 임하지도 않을 것이다.”

8일 오전 간부회의가 끝난 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이같이 단언했다. 이대변인은 이어 9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리는 ‘구조조정 2단계 4대부문 개혁보고회의’에 차수명(車秀明)정책위의장이 불참키로 한 사실을 소개하며 “정부측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뿌리쳤다. 이게 양당 공조의 현주소다”고 강조했다.

자민련은 이날 평소 비공개에 부치던 ‘정세보고’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정세보고의 요지는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호남지역에서조차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

이처럼 자민련이 ‘2여 공조복원 불가’를 재삼 천명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측이 DJP회동을 추진하는 등 공조복원 쪽으로 물줄기를 돌릴 경우 일어날 수도 있는 당내 동요에 미리 쐐기를 박자는 것. 실제로 이날 간부회의에서 이태섭(李台燮)부총재가 “연합공천을 통해 수도권도 살려야 할 것 아니냐”고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가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과 심한 언쟁을 벌이는 등 당내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귀국에 앞서 확고한 당의 입장을 천명, 향후 JP의 행보를 붙들어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무튼 이같은 강경기류는 공조가 사실상 파기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을 닫은 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JP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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