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공동정권 공조파기 선언…"人治가 판친다"

  • 입력 2000년 1월 27일 23시 26분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인사 명단 발표를 계기로 심화된 공동여당 간 갈등이 ‘공조파기’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청와대와 자민련 간에 충돌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열린 장외집회에서 자민련 지도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난하면서 공조파기를 공식선언한데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자민련측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과 자민련 간 공조붕괴 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민련의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서 열린 ‘헌정질서 파괴책동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공조니, 연합공천이니, 공동정부니 하는 모든 미련을 오늘 던져버리자”고 말했다.

이대행은 “이제 민주당에 대해 더 이상 내각제 합의 약속을 구걸하지 않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대행은 또 “시민단체의 헌정파괴 행위에 대해 위정자들이 동조하고 고무 격려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면서 “법치가 무너지고 인치(人治)가 판을 치면 절대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김대통령과 민주당을 정면 비난했다.

자민련은 이날 ‘대국민선언’을 통해 “기존 법질서를 무시해도 좋다는 식의 일부 통치세력의 혁명적 발상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 내 특정세력과 시민연대 일부인사가 연계한 대중선동적 정치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선언문은 이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인 시민연대의 낙천운동에 대해 선관위가 즉각 고발조치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임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단 하나의 증거도 없이 청와대를 적시해 시민단체와 연계됐다고 ‘확신’하는 것은 밖에서 뺨맞고 집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공동여당의 불협화음을 증폭시킬 경우 가장 좋아할 사람들은 한나라당 사람”이라며 “위험수위를 넘는 선거전략같은 것은 공동여당이 자멸하는 길이기 때문에 함께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동여당이 지금까지 공조를 통해 철저히 배격해 온 지역감정을 다시 조장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묵·이철희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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