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 충돌위기/성난 자민련]"DJP합의 전세계약서만도 못하나"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2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서 열린 자민련의 ‘헌정질서 파괴책동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는 사실상 자민련이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변신’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때마침 청와대측이 자민련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서 상황이 급전직하로 악화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 연사로 나선 인사들은 일제히 시민단체를 ‘좌경 급진세력’으로 모는 듯한 발언을 하며 보수세력의 단결을 촉구. 나아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서도 ‘약속위반’ 등을 들어 맹공을 서슴지 않았다.

강창희(姜昌熙)의원은 “정치개혁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정치권을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고 김학원(金學元)의원도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공격. 급기야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도 “DJP합의는 문서로 된 신성한 계약인데 복덕방의 전세계약서보다 못하단 말이냐”며 사실상 ‘2여(與)공조 철회’를 선언.

○…이같은 자민련의 강경분위기는 4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생존전략’이라는 관측이 무성. ‘여권의 음모로 박해받는 JP’의 이미지는 우선 충청권의 표 결집에 엄청난 약효를 발휘할 것이고 ‘급진세력의 음모’라는 주장은 보수층에 대한 최고의 득표전략이라는 것. 실제로 당 관계자들은 “이제 충청권은 완전 석권했다”고 장담하는 분위기.

또 당내 일각에서 신중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수도권출신 의원은 “일단 자민련의 분위기가 뜨는 것은 좋은데 결국에는 충청권만 살리고 나머지는 죽이고 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

어쨌든 이날 결의대회를 계기로 자민련은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운 길로 들어선 것만은 틀림없어 앞으로 JP의 최종선택, 그리고 공조 붕괴의 수순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

○…청와대는 그동안 자민련의 주장과 항의시위에 대응을 자제해왔으나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아래 정면 대응 조짐을 보이기 시작.

한 관계자는 “자민련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공조가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며 “어떤 식으로든 이같은 흐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 그러나 그 바탕에는 자민련이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며 음모론의 확산을 계속 시도하는데 대한 불쾌함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 김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나 심기가 편치 않다는 것이 참모들의 전언.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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