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치닫는 2與갈등]"이젠 결별…"자민련 격앙

  • 입력 2000년 1월 26일 19시 20분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인사 명단 발표에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의 ‘교도소 발언’까지 겹치면서 공동여당의 갈등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양상이다.

며칠전부터 내각제강령문제, 여권과 총선연대와의 음모설 등을 내세우며 격앙됐던 자민련은 급기야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공세를 펴는 등 공조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당무회의 강경발언 쏟아져▼

○…이날 자민련 당무회의에서 ‘공조청산’ ‘공동정부 철수’ 주장이 무성하게 대두. 특히 일부 당무위원들은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도 내각에서 철수해야 한다”(박태권·朴泰權),“자민련 출신으로 정부에 참여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려면 당과 결별해야 한다”(이용만·李龍萬)고 흥분. 송광호(宋光浩)충북 제천-단양지구당위원장은 “대통령이 영부인을 모시고 찾아오더라도 대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주장. 수서사건으로 사법처리됐던 김동주(金東周)의원 등은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대단히 위험하다”며 김대통령을 비난.이에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은 “너무 감성적으로 대응해선 안된다. 냉철한 이성으로 한번쯤 다시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 게 뒷날의 후회를 예방하는 것 아니냐”고 분위기를 가라앉힌 뒤 회의를 종결.

▼'핍박받는 JP'이미지 부각▼

○…그러나 자민련에선 최근의 ‘악재(惡材)’가 실제 16대 총선에서는 ‘호재(好材)’가 될 수도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없지 않아 눈길. 일부 당 관계자들은 “내각제 개헌 연기 등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울고 싶던 참에 시민단체와 민주당이 뺨을 때려준 격이다. 당에 격려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고무된 표정.

이같은 상황에서 자민련은 96년 초 당시 민자당에서 YS에 의해 축출됐던 일을 돌이키며 차제에 ‘핍박받는 JP’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동정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설 움직임. 중앙위 소속 50여명이 이날 당사 앞에서 ‘JP 죽이기’를 규탄하는 삭발식을 갖고 대변인실이 ‘충남 홍성에서 한 당원이 JP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자명단에 포함됐다는 발표를 듣고 격분해 음독자살을 기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민주당, 자극 피하려 애써▼

○…반면 민주당은 자민련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해명만 할 뿐 자민련을 자극하지 않으려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

이선대위원장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자신의 ‘교도소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와 민주당의 ‘음모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을 정치권이 자초했다는 점을 강조했을뿐 특정 정당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열심히 해명.

이재정(李在禎)정책위의장도 자민련이 자신을 시민단체의 배후인물로 지목한 데 대해 “털끝만큼도 관여한 사실이 없고 그럴 입장도 아니다”며 “자민련의 주장은 나와 민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모두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

한편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은 “25일 JP를 만나 30분간 면담했는데 대단히 격앙되어 있더라”면서 당직자들에게 “앞으로 자민련의 오해가 없도록 당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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