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합당 더이상 못미뤄"…연내 결론 방침 시사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4일 “합당문제를 연내에 결론내리겠다”고 말한 것은 합당의 조기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자민련에 대해 결단을 가급적 빨리 내려줄 것을 촉구함으로써 압박효과도 동시에 노리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아무튼 이날 언급에서 다시한번 합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합당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신당창당뿐만 아니라 총선준비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김대통령이 강하게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도 이날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연내합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미 결론이 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사실 김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국민회의측의 ‘원안(原案)’이었다. 연내에 합당논의를 매듭짓고 내년 1월에 합당과 신당창당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합당→신당창당→총선준비’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문제는 김총리와 자민련의 태도다. 김총리가 남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과연 합당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 내에서조차 장담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김대통령의 측근들마저도 “김총리가 귀국한다고 당장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당에 복귀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결판을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분석이 공동여당 내부의 물리적 여건을 감안한 ‘2월 합당설’의 토대가 되고 있다.

김대통령의 의지표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같은 ‘현실론’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자민련측 반응을 보더라도 김대통령의 구상이 쉽게 관철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변화를 주고 싶어하고, 변화가 오기를 바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김대통령은 자민련을 달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견인(牽引)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