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파문]검찰수사 초점-전망

  • 입력 1999년 11월 1일 01시 15분


31일 서울지검 정상명(鄭相明)2차장검사는 “산 정상에 있는 큰 수박밭이 우리의 목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언론대책문건사건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를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이 과연 누구의 ‘장난’과 ‘음모’로 국민적인 의혹사건으로 번지게 됐는지 전말을 밝히겠다는 태세다. 또 문건 전달자인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와 정형근(鄭亨根)의원의 ‘관계’ 및 오간 돈의 정확한 액수와 실체도 파헤친다는 방침.

특히 이기자가 건설업자의 청탁을 정의원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2000만원을 대신 받았다는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기자는 전형적인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 정의원의 경우 돈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처벌 여부에 이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권력을 이용해 기자를 정보원으로 활용해 왔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검찰은 금품수수 부분에 대해 이틀째 조사를 받고 있는 이기자를 상대로 추가 금품수수 여부와 전달한 문건이 더 있는지를 강도높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자와 정의원 사이에 정보제공과 금품제공이라는 지속적 거래관계가 있었는지 여부는 이번 사건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사건 전말과 관련해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방에서 이기자가 갖고 나온 문서의 ‘실체’도 사건의 첫 매듭이자 핵심 쟁점이라고 보고 이 대목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기자는 “언론 문건 7쪽 외에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보낸 사신(私信) 3쪽은 본 적이 없으며 팩스의 발신지가 중국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서를 잃어버린 이부총재의 보좌진은 “언론문건과 사신이 모두 없어졌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기자가 사신도 함께 가져왔거나 팩스의 발신지가 중국인 것을 알았고 이같은 사실을 정의원에게 알렸다면 정의원은 결정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만약 이기자의 말이 맞는다면 이부총재와 비서들이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문서를 보거나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이부총재의 주장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