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의원은 그동안 이기자를 ‘정보원’으로 이용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의원은 “이기자가 여권 내부 문건을 여러 차례 제보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두사람이 상당기간 정보 거래 관계를 지속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갔기 때문에 ‘프락치’논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원은 “문건은 모두 현 여권의 문제점을 고발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이기자가 집안이 어려워 금전문제가 있긴 했지만 언론인으로서 권력의 문제를 나름대로 고발하려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0년대 초반 안기부에 있을 때부터 이기자를 알고 지냈으며 96년 국회에 진출한 뒤 이기자와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이기자의 얘기 중 상당부분은 내가 독자적으로 파악한 정보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그를 자주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기자는 지난해 정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동안 친동생이나 아들처럼 염려해주시고…, 제 능력이 다하는 한 최선을 다해 언제나 옆에서 모시고 싶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일상적인 취재원과의 관계를 벗어난 것이란 게 일반론이다.
이총재와 이기자의 관계도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를 넘어선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이총재의 딸이 이기자의 부인과 대학동창으로 친구 사이여서 이기자도 그런 차원에서 이총재와 관계를 가졌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이기자가 지난달 28일 이총재를 찾아가 자신이 문건의 전달자이고 정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정의원이 지나치게 앞서가는데 자제시켜 달라”고 말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기자는 이자리에서 97년 대선 때 모특보와 함께 이총재를 도왔다는 사실까지 들먹이며 이총재를 ‘압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총재는 평소 중앙언론사 기자들의 독대신청을 잘 받아주지 않는데 이처럼 이기자와 독대한 것은 그와 이기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총재측은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