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파문]李기자-鄭의원-李총재 관계

  • 입력 1999년 11월 1일 01시 15분


‘언론대책문건’ 폭로과정에서 드러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과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의 관계, 그리고 이기자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관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정의원은 그동안 이기자를 ‘정보원’으로 이용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의원은 “이기자가 여권 내부 문건을 여러 차례 제보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두사람이 상당기간 정보 거래 관계를 지속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갔기 때문에 ‘프락치’논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원은 “문건은 모두 현 여권의 문제점을 고발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이기자가 집안이 어려워 금전문제가 있긴 했지만 언론인으로서 권력의 문제를 나름대로 고발하려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0년대 초반 안기부에 있을 때부터 이기자를 알고 지냈으며 96년 국회에 진출한 뒤 이기자와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이기자의 얘기 중 상당부분은 내가 독자적으로 파악한 정보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그를 자주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기자는 지난해 정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동안 친동생이나 아들처럼 염려해주시고…, 제 능력이 다하는 한 최선을 다해 언제나 옆에서 모시고 싶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일상적인 취재원과의 관계를 벗어난 것이란 게 일반론이다.

이총재와 이기자의 관계도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를 넘어선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이총재의 딸이 이기자의 부인과 대학동창으로 친구 사이여서 이기자도 그런 차원에서 이총재와 관계를 가졌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이기자가 지난달 28일 이총재를 찾아가 자신이 문건의 전달자이고 정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정의원이 지나치게 앞서가는데 자제시켜 달라”고 말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기자는 이자리에서 97년 대선 때 모특보와 함께 이총재를 도왔다는 사실까지 들먹이며 이총재를 ‘압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총재는 평소 중앙언론사 기자들의 독대신청을 잘 받아주지 않는데 이처럼 이기자와 독대한 것은 그와 이기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총재측은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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