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부총재 與圈서도 궁지 몰려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3시 43분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가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로부터 ‘언론대책문건’을 받은 것과 관련해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부총재에 대해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국민회의 의원총회에서 송현섭(宋鉉燮) 한영애(韓英愛)의원 등이 문건공개 경위와 관련해 “당사자를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고 ‘시비’를 걸고 나섰다. 급히 현장에 도착한 이부총재는 “나는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김영진(金泳鎭) 장성원(張誠源)의원 등은 “왜 문기자가 중앙일보 간부와 상의했다는 부분을 사실대로 공개하지 않았느냐”며 이부총재를 몰아세웠다.

이에 이부총재는 “그 부분은 전략상 보류해두는 게 좋겠다”고 답했지만 의원들은 흔쾌히 납득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부총재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폭로한 문건의 작성자가 문기자라는 사실을 최초 제보한 당사자. 어떻게 보면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문건 작성자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준 장본인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부총재에게 국민회의 의원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그로 인해 “문건의 작성자도 중앙일보요, 정의원에 대한 전달자도 중앙일보”라고 몰고 가려던 당초 ‘의도’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

27일 오전까지만해도 국민회의는 “제보 등을 통해 문건작성자가 문기자임이 확인됐고 정의원이 ‘언론사 간부로부터 문건을 입수했다’고 말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문건의 전달자도 중앙일보 간부인 것으로 본다”는 주장을 폈었다.

그러나 문건을 이부총재가 전달받은 사실이 밝혀지고 이부총재측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이날 오후들어 상황이 돌변한 것.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말하자면 그런 상황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부총재가 6월24일 문기자가 보낸 문건을 보지도 못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문기자가 보낸 문건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는 말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

이같은 상황 속에서 중앙일보와 한나라당측에서는 여권 내 ‘권력암투’로 인해 벌어진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산물이라는 주장까지 연일 제기되는 점도 이부총재를 곤궁한 처지로 몰아가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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