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국회대표연설]여야, 가파른 대치 예고

  • 입력 1999년 10월 21일 00시 14분


20일 있었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국회 대표연설 기조는 앞으로도 여야관계는 매우 가파르게 전개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총재는 우선 여측이 총력을 기울이는 중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전환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총재는 현행 소선거구제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선거구제 변경은 정치개혁의 핵심이 아니며 여권이 추진하는 중선거구제는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분열시키고 거대여당을 만들겠다는 정략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총재는 특히 국민회의 강령(중대선거구제는 당내 파벌 성행, 막대한 선거비용, 정국의 불안정성과 신진인사 진출제약 등의 폐해가 심각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폐기한 제도)을 들추면서까지 그동안 돈안드는 선거와 ‘지역당’ 극복을 위해 중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여측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정치개혁과 관련해 이총재는 정치자금 공평분배와 불법선거 방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를 보여 여야의 입장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게다가 이총재는 여권이 선거법 개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할 경우 극한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밝혀 크로스보팅 등 여권의 선거법개정안 추진계획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이총재는 또 현 정권의 정책 난맥상을 신랄하게 비난하며 앞으로도 주요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 정권의 개혁정책은 외국자본의 요구에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우리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과속으로 추진되거나 총선을 의식해 물량적 성과 중심으로 졸속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총재는 졸속개혁의 사례로 대기업 빅딜정책, 국민연금제도 개혁, 농 축협 통합, 교육개혁 등을 꼽았다.

현 정권이 IMF 위기 극복과 경제회생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이총재는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관치경제와 관치금융이 도리어 강화된데다 실업문제 농어가부채문제 등이 여전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총재의 주장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