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검찰, 감청특감싸고 신경전 치열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0시 09분


“호랑이와 사자가 물고 뜯으며 싸우는 것 봤느냐.”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19일 정부의 양대 사정기구인 감사원과 검찰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로가 경계하며 영역다툼은 할망정 전면전은 하지않는 게 지금까지 관례였다는 의미다.

이같은 두 기관의 관계가 감사원의 정부기관 감청 실태 특별감사를 앞두고 새삼스레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이 “감사원이 수사업무에 해당하는 감청 관련 사안까지 감사하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발하면서 물밑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감사원은 일단 김장관 발언에 대해 공식대응을 자제했다. 손방길(孫邦吉)공보관은 “현재 감청 실태 및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일 뿐 감사대상과 범위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히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19일 간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법무부측 반발에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물론 검찰도 당연히 감사원의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대상기관. 다만 감사원은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감사를 자제해왔고 검찰에 대한 직무감찰도 사실상 방기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이번 특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감청제도 운영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도 감청 시비의 초점은 제도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정보기관의 감청 남용, 즉 운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일단 검찰 등 ‘힘있는’ 기관의 감청실태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입수한 뒤 마찰을 피하면서 ‘틈새’를 찾아내는 감사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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