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거대신당論에 金총리 "또 뭔가?" 발끈

  • 입력 1999년 10월 8일 19시 29분


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자민련을 포함한 거대 신당 추진’ 발언에 대해 총리실과 자민련의 반응은 복잡하게 엇갈렸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이날 김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고 “자꾸 그러면 난 따로 갈거야”라고 벌컥 화를 냈다. 김총리는 “정당 문제에 관해서는 둘 사이에 일언반구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야”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자민련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김대통령의 신당 발언에 대해 “우리 당은 합당을 직간접적으로 논의한 바도 없고 합당을 하지 않는다는 당론에 변함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김총리는 김대통령과 이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며 장황한 배경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그는 잠시 후 “근간 자민련이 특정 당과 이미 합당을 결정한 것 같은 발언 등이 있는데 당내에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짤막한 ‘수정판 성명’을 내놓았다. 그는 성명 수정이 문제가 되자 8일 “두 성명은 같은 내용”이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합당이 앞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러다 보니 총리실과 자민련에선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김대통령이 “자민련 내에서도 합당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김총리와의 합당 논의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는 뜻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김총리가 화를 낸 것을 보면 합당을 기정사실화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관계자들은 김총리가 내심 신당 합류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당내 반발과 신당 참여 인사들의 ‘반(反)JP’기류 등 수많은 문제를 고려해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총리가 이날 저녁 총리실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민련에서 합당문제를 논의하다가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개별의사를 규합해 자민련의 갈 길을 찾아야 한다. 당의 의사가 결정되면 내 뜻과 달라도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뉘앙스를 풍겼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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