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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5일 0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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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장 구속이 언론탄압인가의 여부와 청와대의 중앙일보 보도 및 인사개입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여야는 중앙일보 보도와 박장관의 답변이 엇갈리자 이날 저녁 진상조사특위 구성문제를 놓고 절충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은 의원들의 발언 요지.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중앙일보가 2일부터 밝힌 언론탄압 사례들은 너무나 엄청나고 충격적이다. 이번 중앙일보 사태에 대해 여야와 시민단체가 제각기 입장을 달리하면서 논란을 벌이고 있으나 정부의 언론간섭과 탄압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박지원장관은 그동안 언론사에 압력을 넣어오다 6월 중앙일보 간부에게 “앞으로 기사 관련 부탁이나 연락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으며 며칠 뒤 국세청이 전격적으로 보광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 것 아닌가. 또 7월4일 박장관이 “보광 세무조사건은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조용하게 처리되도록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은 권력이 언론에 대해 끝없는 협박과 회유를 하면서 음험한 뒷거래를 해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장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한다.
▽최재승(崔在昇·국민회의)의원〓(같은 당 최희준의원의 질의시간까지 양보받아) 중앙일보는 (사주의 조세포탈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 그동안 권력을 추종하다 사장이 구속됐다고 연일 ‘보복지면’을 제작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인가. 유신정권 때의 동아일보 광고탄압이 언론탄압인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언론사 사장의 구속이 언론탄압인지 장관의 견해를 밝혀달라. 94년 한화그룹 김승연(金昇淵)회장이 외화밀반출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 경향신문이 언론탄압이라고 대서특필했는가. 중앙일보가 홍사장 구속은 ‘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지지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자인하며 국제언론인협회(IPI)에 서한을 보낸 것은 스스로 언론의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사대주의 아닌가.(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서한 사본을 공개하며) IPI사무총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적 문화에서 구속은 인격적 살인’이라고 표현하는 등 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편지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주문대로 꼭두각시 놀음을 한 것이다.
▽박성범(朴成範·한나라당)의원〓IPI서한이 유출됐다는 것 자체가 언론사찰의 한 단면 아니냐.
▽이경재(李敬在·한나라당)의원〓중앙일보가 IPI에 서한을 보낸 것을 사대주의라고 했지만 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 때도 세계의 언론단체들이 한국의 언론탄압 사태를 우려했고, 탄압중지를 요청하는 편지가 대통령에게 쇄도했었다. 김대통령도 과거 해외에서 인권운동을 할 때 국내 언론이 써주지 않으니까 외국언론을 이용하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이미 오래전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조사해달라고(IPI에) 서한을 보냈다. 홍사장의 개인적 비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기업이나 언론이 어디 있느냐. 언론길들이기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탈세옹호쯤으로 봐서는 안된다.
▽이훈평(李訓平·국민회의)의원〓과거 박정희(朴正熙)정권의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 때는 중앙정보부가 편집을 방해하고 광고주를 협박했지만 동아일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세계와 국민의 지원을 받아 언론자유의 금자탑을 세웠다. 중앙일보에 대한 언론탄압이 있었다면 탄압을 받을 때 항의해야지 이제 와서 ‘탄압에 굴복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느냐. 이런 시대가 있을 수 있고 이런 신문을 애독할 수 있을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강용식(康容植·한나라당)의원〓청와대 공보수석이 어제 ‘(중앙일보가) 협상을 제의해왔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이것이 오히려 중앙일보에 대한 탄압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대통령이 즉각 사과하고 공보수석을 해임해야 한다.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
▽정상구(鄭相九·자민련)의원〓작년 3월9일 중앙일보사를 찾아가 ‘폭거’를 했다는데….
▽박장관〓(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한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년 3월9일 내가 물컵을 깨며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그 때는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5일밖에 되지 않는 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8∼9년간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언론인과 많은 접촉을 가져왔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단체나 공공기관이나 모두 자기 주장을 충분히 설명해 좋은 방향으로 보도되기를 원한다. 언론에서 우리 주장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면 해명도 하고, 왜곡 보도하면 항의를 하기도 한다. 이를 언론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역대정권은 언론탄압을 했다. 그러나 지금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를 보면 오히려 언론이 정권을 ‘탄압’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서한에는 97년 대선 당시 홍사장이 이회창후보를 지지했다는 대목이 있다. 이는 언론으로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공정보도하지 않은 것을 IPI에 스스로 얘기한 것이다.
▽길승흠(吉昇欽·국민회의)의원〓김영삼(金泳三)정부 때는 이원종(李源宗)청와대정무수석이나 오인환(吳隣煥)공보처장관, 그리고 여기 계시는 한나라당 이경재의원(당시 공보처차관)이 전화 한 통화면 언론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김대중정부에서는 정부의 발표사항도 언론에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국정홍보처까지 만든 것 아니냐.
▽박성범의원〓중앙일보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론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국무위원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사실확인부터 하겠다. 장관은 97년3월9일 중앙일보사를 찾아가 물컵을 던지며 “이젠 야당이 아니라 집권당인데 (중앙일보 보도가) 섭섭하다”고 한 사실이 있느냐. 어찌 하다보니 물컵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박종철고문치사사건 때 공안당국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얘기한 것이 연상된다.
▽박장관〓사실이 아니다. 그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박성범의원〓중앙일보 간부를 만나 “앞으로 기사관련 부탁은 일절 않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
▽박장관〓중앙일보 고위간부를 만나 그 간부의 ‘신상문제’를 얘기하다가 “중앙일보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청와대 공보수석을 떠났으니 내가 언론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은 있다.
▽박성범의원〓보광 세무조사건과 관련해 중앙일보에 “김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돌아오면 책임지고 조용히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한 적 있나.
◇중앙일보 선처부탁 거절
▽박장관〓그런 적 없다. 중앙일보측이 선처를 부탁하기에 내가 나설 입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한나라당)의원〓홍사장이 검찰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해왔다고 청와대서 밝혔는데 검찰수사내용을 어떻게 보고받았나. 수사과정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이부영원내총무가 국감장을 방문해 소속 의원들에게 뭔가 귀엣말을 하고 나간 뒤) 장관은 어느 상가(喪家)에서 이부영(李富榮)의원에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나. 우리가 정권을 잡았으니 두고 보자”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박장관〓술마시면서 서로 농담삼아 그 비슷한 얘기를 했고, 이총무도 웃었다.
◇선거법위반 발언 실망
▽박성범의원〓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서한에서 이회창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장관이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중앙일보가 사실을 왜곡해 어느 편을 들었다면 선거법 위반이겠지만 신문사는 개인기업인데 논조(論調)를 통해 어느 편을 들어주는 것은 실정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임진출(林鎭出·한나라당)의원〓중앙일보가 이회창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복한 것 아니냐. 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박장관〓현행 선거법상 언론은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대선 때 김대중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IPI서한에서도 스스로 이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교체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을 위해 언론의 협조가 필요했고, 중앙일보에도 이를 위해 적극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사실 초반에 중앙일보는 여권과도 상당히 좋은 관계였다. 그러나 기자협회보에 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간부모임에서 ‘김대통령은 (대선에서)40% 지지밖에 얻지 못했고 나머지 60%가 반대한 만큼 (중앙일보는) 그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가지고 나가야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갔다. 이후 중앙일보측에서 이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유감의 뜻을 표시했으나, 나는 오히려 “편집국장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응답했다. 중앙일보 인사 얘기는 모 지방지 발행인이 나를 만난 뒤 말을 잘못 옮긴 것이다. 그 뒤 홍사장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지방지 발행인을 만나서 중앙일보 인사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래서 내가 그 발행인에게 항의하고 홍사장에게 ‘3자 대면’을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나중에 홍사장이 오해가 있었던 것을 알고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강용식의원〓장관은 지난해 3월9일 중앙일보 사장실에서 물컵을 던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박장관〓그렇지 않다. 그날 친지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홍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에 만나자고 했더니 홍사장이 “늦게라도 만나자”면서 금창태 한남규씨 등 중앙일보 간부들과 함께 나오겠다고 해 “그럴 필요 없다. 내가 가겠다”고 했다. 그날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그 때 내가 술을 마시고 갔기 때문에 갈증이 나서 물을 한잔 더 마셨다. 그런데 물을 마시면서 돌아서다가 서있는 상태에서 컵을 놓쳤다.중앙일보 보도는 내가 바닥에 컵을 던졌다고 하는데 컵은 탁자 위에 떨어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내가 나오면서 ‘큰절을 올렸다’는데 그런 기억이 없다.
▽강용식의원〓이번 사건은 홍사장의 개인적인 문제, 이 문제와 언론탄압과의 관련성, 장관을 필두로 하는 일련의 언론탄압 요구 등 세가지가 문제다. 세번째가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억지유학' 사실과 달라
▽박장관〓나는 공보담당자로서 언론에 설명도 해명도 항의도 했다. 그러나 도를 넘지는 않았다. 청와대 공보수석으로 있으면서 해명도 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 반론권 행사도 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쓴 청와대 출입기자를 해외유학 보냈다는 내용도 있던데 사실과 다르다. 청와대에 와보니 그 기자는 이미 8월에 유학가기로 돼 있었다. 이 점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다 안다.
▽박성범의원〓중앙일보 보도내용과 박장관 해명이 너무 차이가 난다. 이같은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박종웅 강용식의원〓(이날 저녁 중앙일보 가판이 배달된 뒤) 내일자 중앙일보를 보니(3월9일자 정황에 대한) 박장관의 발언은 완전히 위증이다. 중앙일보에는 당시 공포분위기가 모두 녹취돼 있다. 녹취에는 ‘전두환 때도 안 그랬다’는 등 중앙일보 간부들의 목소리가 모두 나온다. 편집국장이 홍사장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한 대목도 나온다. 실명으로 기자 이름도 나오고, ‘빨리 안에 들어와서 사진을 찍으라’는 말도 나온다. 마침 사장실 녹음기를 눌러서 녹음한 내용이 여기 중앙일보에 있다. 객관적인 증거물이다. 그것까지도 부인하나.
▽박장관〓내가 녹음을 들어보지 않아 지금 뭐라 얘기할 수는 없다. 술에 취한 상태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김창혁·공종식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