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자민련 기강잡기…직접설득-경고작업 병행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35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느슨해진 자민련의 기강을 잡기 위해 직접 설득과 경고작업을 병행하고 나서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총리는 먼저 의원들에게 여러 채널을 통해 ‘나를 따르면 내년 4월 총선에서의 당선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언질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1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16대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뒤 의원들에게 여름휴가비 명목으로 ‘오리발’을 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총리는 그러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김용환(金龍煥)전수석부총재와 이인구(李麟求)전부총재에 대해선 ‘선(線)’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14일 간담회에서도 “그들 문제는 전적으로 내게 맡겨달라”면서 “여러분들이 자꾸 찾아다니니까 그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느냐”며 유럽에 체류 중인 김전수석부총재가 귀국하는 20일 공항에 마중나가지 말라고 엄명까지 내렸다.

정일영(鄭一永·충남 천안갑)의원은 멋모르고 “당과 총리실에서 당직자들을 보내 김전수석부총재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건의했다가 김총리로부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

김총리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당근’과 ‘채찍’을 들고나서자 그동안 김전수석부총재에 우호적이던 의원들도 발언에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다. 한 전국구의원은 “자세한 내용은 나에게 묻지마라”며 언급을 피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총리가 해서는 안될 말까지 하면서 의원들을 다그치는 바람에 마음이 콩알만해진 의원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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