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해임안 자동폐기]與 전원퇴장 野 투표강행 고함

  • 입력 1999년 8월 14일 01시 23분


‘13일의 금요일’인 13일. 국회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해임건의안과 농축협통합법, 특별검사제법 등에 대한 여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바람에 본회의가 몇차례 정회되는 등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총리해임건의안

여야는 이날 총리해임건의안의 처리 순서를 놓고 온종일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밤11시45분에야 안건을 상정했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은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에 나서 “내각제에 반대해온 한나라당이 내각제 개헌 유보을 이유로 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한나라당의원들이 “자정을 넘기면 건의안이 자동 폐기된다” “시간 끌지마라”고 소리쳤으나 정의원은 5분간의 발언을 마쳤다.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자정이 다가오자 “시간이 부족하지만 해임건의안을 이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니 회기를 하루만 연장하겠다”며 의원들의 양해를 구해 차수를 변경.

이어 한나라당 박원홍(朴源弘)의원이 나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총리는 내각제 관철을 국민 앞에 공약했으나 밀실 담합 끝에 개헌을 유보,사기극을 연출했다”고 반박했다.

박의장이 곧바로 표결을 선언한 직후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는 바람에 총리해임건의안은 의사정족수(150명이상)에 못미쳐 자동폐기.

박의장은 표결 중간에 “의결정족수가 부족하니 투표를 중단하라”고 지시했으나 한나라당측은 “표결 시작할 때 의결정족수를 채웠으면 그만이지 표결 중간에 다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느냐”고 반발해 표결은 진행됐으나 자동폐기냐 부결이냐를 놓고 끝까지 논란.

◇농축협통합법

여야는 이에 앞서 농축협통합법의 처리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여당측은 “이익단체의 횡포를 막기위해서라도 법안 처리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야당측은 “신구범(愼久範)축협회장의 할복기도로 사정변경 사유가 생겼으니 처리를 유보해야 한다”고 반박.

한나라당은 특히 법안 상정시 소속 의원들이 전원 기권하겠다고 밝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애간장을 태웠다.법안이 통과에 출석 의원의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데도 야당이 본회의장에 남아 기권할 경우 사실상 반대 표로 간주돼 여당 내부의 이탈표가 생기면 자칫 부결될 수도 있기 때문.

여당은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 “기권하지말고 교차투표를 해달라”며 매달렸으나 한나라당이 이에 불응하자 결국 당별 의원 간담회를 갖고 행동통일을 결의한뒤 이날 밤11시반경 표대결을 강행.한편 기립표결 결과는 찬성 147명, 반대 11명, 기권 114명으로 가결됐으나 자민련에선 이상만(李相晩)의원이 기권해 눈길.

◇본회의 정회소동

이날 본회의는 당초 오후2시 개회 예정이었으나 여야 협상 난항으로 몇차례 늦춰지다가 오후 6시에야 가까스로 시작됐다. 그러나 개회 직후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의 답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정회를 거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장관은 이날 “검찰이 한나라당 후원회 계좌에 대한 거래내역 자료를 건네받은 것은 사실이나 국세청 불법모금액의 입금 여부만 확인했을뿐 입금처나 입금자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장관은 보충질문을 받지 않은채 자리를 떴으나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의원은 “왜 달아나느냐”며 김장관을 출입구까지 쫓아갔다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장관이 국회를 무시하는 쭉정이 국회가 됐다”며 성토.

〈송인수·공종식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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