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강창희총무 사의계기 '內紛태풍' 조짐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자민련내 내홍(內訌)의 불길이 4일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의 전격적인 당직사퇴를 계기로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강총무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가 추인된 직후 총무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굳게 가져온 희망과 꿈, 목표가 일순간 없어져 공허하다”며 “앞으로 백의종군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강총무의 사퇴로 이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결별을 선언한 김용환(金龍煥)전수석부총재 이인구(李麟求)전부총재측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이며 강총무는 당직사퇴 직후 김전수석부총재와 오찬을 함께했다. 그러나 강총무는 김전수석부총재의 행보와는 다른 별개의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의 지배적 관측이다.

강총무의 이번 사퇴에 대해 이인구전부총재는 “조그만 구멍이 강둑을 무너뜨리듯 앞으로 여러명이 우리에게 합류할 것”이라며 “일단은 당을 사수하되 계속 자민련이 ‘국민회의 2중대’로 남는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나름대로 ‘집안단속’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던 당지도부와 JP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총무의 이탈이 낳을 연쇄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총리는 이날 박태준(朴泰俊)총재로부터 전화로 강총무의 사퇴소식을 전해듣고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창 밖만 바라봤다는 후문이다.

강총무의 당직사퇴로 충청권 의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강총무는 대전출신 의원들의 ‘리더’로서 흔들리는 충청권 의원들의 향후 행보에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DJP 간 내각제 위약을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던 이원범(李元範)의원이 JP에게 용서를 빌다 봉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청권 의원들은 심적 압박감을 더욱 느끼는 듯하다.

이의원은 3일 밤 JP가 주재한 만찬자리에 찾아가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았고 옆에 있던 강총무가 이의원 얼굴에 술을 끼얹어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지역구를 의식한 ‘독설’과 공천권을 의식한 ‘요설’ 사이에서 곡예를 한 이의원의 행태야말로 그동안 충청권 의원들이 보여온 이중행태의 전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이날 국민회의 당무회의에서도 내각제 개헌 유보와 관련한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중대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면 경위야 어쨌든 약속의 당사자들(DJP를 지칭)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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