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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13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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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강력 반발▼
한나라당이 13일 대여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서자 당 안팎에서는 왜 이토록 극렬하게 반발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의원도 아닌 국장급 실무자의 일을 가지고 이렇게 과민반응할 필요가 있느냐” “실제로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생각은 달랐다. 김전국장 체포는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옥죄기 위한 여권의 ‘거대한 음모’의 일환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시각이다.
즉 여권이 야당파괴를 통한 정계개편을 위해 서상목(徐相穆)의원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사실상 위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대선자금’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여권의 최종 타깃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국민회의 지도부에 강성인물을 포진시킨 것이나 야당의원 영입설을 새삼스럽게 흘리고 있는 사실 등 이총재를 흔들어 한나라당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9일에는 서상목의원에 대한 검찰소환, 24일에는 이회창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에 대한 10차 공판이 예정돼 있어 여권이 본격적으로 대선자금 카드를 꺼냈다는 게 당 지도부의 분석이다.
결국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청남대 구상’ 시나리오가 ‘대선자금 조사→사정→야당의원 빼가기→정계개편’으로 드러나는 만큼 처음부터 초강수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권의 의도▼
여권은 물론 한나라당의 이런 주장을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차제에 한나라당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야당이 아무리 편파사정 시비를 제기한다고 해도 이회창총재가 ‘세풍’에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난다면 이총재도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세풍 수사의 방향이 이총재에게 향해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아가 “내년 총선을 현재의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 3당체제로 치르게 된다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덧붙여 여권의 최종 목표가 정계개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5·24 개각’ 이후 여권이 내부적으로 강경 대처를 준비해온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만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등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그 실행이 한동안 지연됐을 뿐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최근 여권에서 “내각제문제와 야당의 강공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재의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은 흐름이다. 세풍수사 역시 내각제문제를 해결하고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구상과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