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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1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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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총재는 “오늘의 사태들이 결국 집권 여당의 잘못이며 책임이라는 사실을 통감하면서 뼈아프게 반성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일상화된 부패도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지역감정이 커지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하게 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박총재는 특히 ‘고급옷 로비의혹 사건’을 언급하면서 “노숙자와 실업자가 거리를 메웠던 참혹한 시절에 장관 부인들이 고급 의상실로 몰려다닌 것은 사법적인 문제 이전에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의혹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다른 사람 아닌 공안책임자라는 사실은 국가 권력의 작동에 잘못이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박총재가 “민심파악에 철저하지 못했고 그래서 민의가 왜곡됐다”, “국민의 정부에 국민이 없다는 말도 있다”고 ‘고백’할 때는 한나라당 의석에서 “옳소”“잘 한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한나라당의 노기태(盧基太)의원은 연설을 마치고 의석으로 돌아가는 박총재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의원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총재가 이처럼 공동여당 총재로서 야당총재에 가까운 연설을 한 데 대해 측근들은 “앞으로 할 말은 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박총재가 그동안 ‘국가원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고 생각해 왔으나 ‘옷사건’과 ‘파업유도의혹사건’ 등 의혹사건들이 잇따르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풀이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