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 26일 속개]北, 판깰 의도는 없는듯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북한측이 24일 남북 차관급회담을 26일 속개하자고 우리측에 제안한 가장 큰 이유는 회담에 진전이 없을 경우 우리측이 대북 비료지원을 중단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은 23일 국회에서 “북한이 차관급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를 우선 협의한다는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도 대북 비료지원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당초 북한과의 비공개접촉을 통해 이번 회담 전에 북한에 비료 10만t을 먼저 주고 다음달 말까지 10만t을 추가로 전달하기로 약속하면서 “이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회담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북한이 22일 첫 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서해교전사태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자 비료지원과 회담을 연계시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이처럼 우리측이 비료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이 다시 회담에 나오도록 만들었지만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측이 첫 회담에서 서해교전사태에 관해 우리측의 사죄를 요구하고 우리측이 이에 대해 납득할 만큼 충분한 준비를 해야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26일 회담에서도 북한측이 서해교전사태를 재론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측은 북한측 대표단이 첫 회담 후 곧바로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회담을 무조건 결렬시킬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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