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페인트세례 분노]『이정권이 자기무덤 팠다』

  • 입력 1999년 6월 3일 23시 03분


김포공항에서의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해 예정시간보다 5시간이나 늦게 비행기에 오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3일 저녁 일본 도착 때까지 내내 ‘노기(怒氣)’를 억누르지 못했다.

YS는 박정희(朴正熙)정권 시절 자신이 당했던 ‘초산 테러’와 이번 페인트 세례가 오버랩되는 듯 간간이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다.

얼굴에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서울 상도동 자택에 들른 YS는 측근들에게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여과없이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YS는 특히 “이 정권이 드디어 자기 무덤을 팠다” “살인행위다” “눈을 서너시간이나 못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 YS는 “나는 이 사건의 배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고 현 정권을 페인트 세례의 배후로 암시하는 듯했다.

이같은 YS의 분노는 앞서 후쿠오카(福岡)에 도착한 김광일(金光一)전대통령비서실장의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김전비서실장은 이번 페인트 세례 사건을 ‘정치보복적 배후조종’이라고규정했다.

일본에 도착한 YS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권을 거칠게 비난했다.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YS의 현 정권에 대한 강경발언은 15일까지 그가 일본에 머무는 기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독재자’ 정도의 수위를 넘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비자금문제 등 극한공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후쿠오카〓이원재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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