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재보선 현장]「후보들 잔치」로 끝난 휴일유세

  • 입력 1999년 3월 21일 19시 58분


국회의원 재 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구로을과 경기 시흥 및 시장보선이 치러지는 안양시에서 열린 21일 합동연설회는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별개로 각 후보 진영끼리의 치열한 선거전으로 ‘당신들의 잔치’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구로중학교에서 열린 구로을 합동연설회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천5백명가량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선거운동원들은 1시간 전부터 유세장에 나와 후보이름을 연호하며 장외선거전을 폈다.

맨 처음 등단한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후보는 “IMF위기상황에서 국고를 낭비하며 재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바로 부정선거와 비리정치 때문”이라고 남편(이신행·李信行전의원)이 구속된 한나라당 조은희(趙恩姬)후보를 겨냥했다.

운동화를 신고나온 조은희후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권이 남편인 이신행전의원이 구속된 뒤 사돈의 예금통장계좌까지 낱낱이 추적했다”며 은행통지서를 펼쳐 보인 뒤 “이래도 표적사정이 아니냐”고 외쳤다. 조후보의 연설도중 한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청중이 “나라를 망쳐놓고 무슨 염치냐”고 소리쳤다가 조후보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설전을 벌이는 등 한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양당 지도부가 연설회장에 대거 나와 후보들을 격려했으며 선관위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手話)요원을 연단에 배치했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고(故)제정구(諸廷坵)의원 얘기가 주요이슈로 등장했다. 자민련 김의재(金義在)후보는 “고인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유족들의 뜻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인을 팔고 다니고 있다”고 야측을 겨냥했다. 이에 한나라당 장경우(張慶宇)후보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묵념을 올리자”고 제안한 뒤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치르게 된 선거에 지역연고도 없는 사람이 낙하산공천을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두 후보는 또 시화공단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각각 ‘시화호의 수문용량을 늘려 바닷물과의 환류를 원활히 하겠다’(김후보), ‘시화호의 오 폐수처리시설을 조기에 완공하겠다’(장후보)는 안을 내놓았다.

이곳에도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총재 이기택(李基澤)고문 등 소속의원 30여명이, 자민련에서는 박태준(朴泰俊)총재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 소속의원 30여명이 출동했다.

…안양시장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안양초등학교 운동장도 청중들이 가득 메웠으나 지지후보 연설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대부분 ‘동원’된 흔적이 역력했다.

국민회의 중앙당에선 조세형총재권한대행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총무 등 10여명의 의원이, 한나라당에선 이한동(李漢東)고문 이웅희(李雄熙)이해구(李海龜)의원 등이 지원나와 이번 선거 역시 ‘중앙정치의 대리전’임을 보여줬다.

한나라당 신중대(愼重大)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당적을 바꿀 것이란 모함이 있지만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시장은 행정전문가를 뽑고 정치인은 국회로 보내면 된다”고 정치인 출신 국민회의 이준형(李俊炯)후보를 겨냥했다.

이준형후보는 “민선시장은 행정전문가보다 통합조정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더 적격”이라고 반박하면서 “안양토박이라는 신후보의 출생지가 사실은 안양이 아니라 서울”이라며 출생지가 ‘서울 회현동’으로 기록된 신후보의 호적등본을 공개했다.

〈안양·구로·시흥〓윤승모·이원재·공종식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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