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총무 대치정국 「기우뚱」…정치개혁협상등 차질

  • 입력 1999년 3월 14일 19시 33분


최근 여야 원내총무들의 ‘막가파식’ 언행으로 정국이 갈수록 꼬여들고 있다. 여야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막후 대화채널을 유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총무들이 오히려 정국을 경색시키는 발언을 앞장서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가 11일 고 제정구(諸廷坵)의원이 암으로 사망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탓이라고 독설을 퍼부은데서 비롯됐다.

이에 발끈한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1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가 모인 국정협의회에서 “국가원수에게 터무니없는 발언을 하고 사과도 하지 않는 이총무와는 앞으로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중단을 선언했다. 한총무는 그러면서도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에게 “그래도 여야대화는 해야 하니까 이총무를 상대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한구석 통로를 열어놓기는 했다.

한총무와 이총무의 기(氣)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한총무가 한나라당의 책임을 거론하자 이총무가 즉각 “대통령 보좌나 잘해”라고 면박을 줘 한동안 어색한 관계가 계속됐다.

이같은 감정싸움은 두 사람이 직선적인 성격인 데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

여권에서는 이총무가 지난해 정치인 사정(司正)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되자 김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강성발언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반면 이총무는 여당이 서의원 문제나 국회법 협상 등과 관련해 협상과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흘리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터뜨린다.

아무튼 여야의 대화창구인 두 총무간의 감정싸움으로 당분간 만남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입법과 규제개혁법안 등 각종현안을 다뤄야 할 제202회 임시국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은 조속한 정치개혁 협상을, 야당은 대치정국에 대한 비난 등을 감안해 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총재회담 개최를 위한 사무총장 회동 등 다른 채널은 일부 가동될 전망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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