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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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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와 각각 단독 회동했으나 내각제 개헌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이 이처럼 일제히 내각제 언급을 피한 것은 연내 개헌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극심한 마당에 굳이 이 문제를 건드려봐야 서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 사이에 실무진 차원의 물밑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섣불리 이 얘기를 꺼냈다가 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김총리는 이날 회동 후 “조용히 있으면 될 일을 왜 서두르느냐”면서 ‘지구전’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한때 조기매듭 의사를 보였던 김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며 방향을 선회해 내각제 담판은 당분간 성사되기 힘들 전망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들썩거렸다. 자민련은 이날 서울 인천 경기지역 지구당위원장 40여명이 서울 마포 당사에서 ‘내각제 개헌 실천 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농성에 들어간 이들을 방문해 “연내 내각제 개헌 관철을 위해 끝까지 투쟁해나가자”며 독려했다. 이들은 삭발과 단식 농성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로 취소했다.
이동복(李東馥)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역 사상 신뢰성 등에 제약을 갖고 있는 김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김총리 등의 지원 때문”이라며 “3월25일 내각제공동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공동정부 탈퇴를 결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일영(鄭一永) 조영재(趙永載)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배신과 배반의 음모가 진행중이다”면서 “(김대통령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로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회의의 분위기도 험악해졌다. 김영배(金令培)부총재 등 비호남권 의원 46명은 23일 대규모 모임을 갖고 내각제 개헌 유보를 결의키로 했다.
이들은 “경제사정 등을 감안할 때 연내 개헌이 불가능한데도 자민련이 개헌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자민련측을 거세게 몰아붙일 태세다.
이 모임은 1월4일에 있었던 16인 중진회동을 통해 추진돼 국민회의측의 계획된 자민련 압박작전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부총재는 최근 청와대에서 김대통령을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모임 성사과정에 김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최근 김대통령이 자민련의 김수석부총재에게 청와대에 들어오라고 했으나 김수석이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안다”면서 “자민련의 태도가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고 불쾌해 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