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권 당시 실무자 『사직동팀 활동 윗선서 지시』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49분


‘사직동팀’으로 불리는 청와대 특명사정반의 활동이 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사정비서관보다 윗선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직동팀장으로 일했던 박재목(朴在穆)전경찰청조사과장은 9일 경제청문회에서 “사직동팀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했다”며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아 배전비서관이 단독으로 김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전과장은 이어 “97년 대선당시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의 김대중후보 비자금 폭로 내용은 조작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발표 내용은 은행감독원 직원들이 조사한 결과와 달리 규모 및 내용이 다르게 가공, 조작됐다”면서 “발표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김상우(金相宇)전은행감독원 검사6국장은 “사직동팀이 김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계좌를 추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법원의 영장이나 은감원의 요청서 없이 다른 사람들의 비밀계좌를 추적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인지하고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특위위원들은 95년 10월부터 만 2년간 대선과 총선에서 활용하기 위해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및 주변정치인과 친인척의 계좌를 불법추적해왔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사직동팀의 불법계좌추적은 철저히 선거를 겨냥한 것이었으며 김영삼(金泳三)―이회창(李會昌)― 강삼재(姜三載)― 정형근(鄭亨根)― 배재욱라인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의원은 “97년 대선 당시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만들어진 계좌추적자료를 대선과정에서 폭로, 10%대에 머물러있던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을 높여보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정세균(丁世均)의원은 “배전비서관은 95년 10월경부터 사직동팀에 5개 계좌추적팀을 편성,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물론 친인척의 계좌 등 무려 7백여개에 이르는 금융계좌를 샅샅이 추적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IMF환란조사특위는 이날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와 윤증현(尹增鉉) 전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환란을 초래한 경제실정에 대한 2차신문을 벌였다.

강전부총리는 환란이 가속화한 요인에 대해 “당시 김영삼대통령이 임기말이었고 대통령선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외국이 새로 들어설 정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가 훨씬 더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상황논리를 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