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회견소동/왜 연기했을까]참모들『부적절』 만류

입력 1999-02-09 08:15수정 2009-09-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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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경제청문회와 대선자금 수수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예고했다가 갑자기 이를 연기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전대통령은 8일 경제청문회 출석요구를 무시한 채 등산을 갔다가 오후 4시경 청계산에서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9일 오전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겠다는 사실을 언론사에 알리도록 지시했다.

그는 그러나 이날 저녁 김광일(金光一) 김용태(金瑢泰)전청와대비서실장 등 참모진과 밤늦게까지 난상토론을 벌인 뒤 기자회견을 연기하겠다고 번복했다. 김전대통령의 표양호(表良浩)비서관은 “상도동에 왔던 참모진 대부분이 기자회견을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김전대통령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표비서관은 “기자회견을 갖겠다는 계획은 김전대통령이 다른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했었다”면서 “그러나 참모진이 우국충정에서 회견 연기를 요청하자 김전대통령도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고 말했다.

상도동측은 여권과의 교감이나 물밑접촉에 따라 회견을 연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전대통령이 혼자 기자회견 계획을 결정했다가 측근들의 만류로 연기한 것으로 보아 현여권에 대해 강도높은 반발 내용을 담으려다 일단 미룬 것으로 보인다.

김전대통령은 그동안 측근들을 통해 경제청문회에 절대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 1백50억원을 제공했다는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의 증언내용도 완강히 부인했었다.

김전대통령은 측근들을 통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제청문회 출석요구 등 여권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자 본인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히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전대통령은 청문회 출석거부에 대한 여권의 대응 등을 봐가면서 향후 대응수순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현직 대통령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김전대통령의 이번 번복과 관련해 그의 ‘돌출행동’이 다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정확하고 세밀한 검토없이 혼자서 기자회견을 결정했다가 이를 다시 취소해 혼란을 부름으로써 전직대통령으로서 권위와 품위를 져버렸다는 것이다. 대통령 재임중에도 그의 이같은 즉흥적이고 무원칙한 대처방식 때문에 결국 외환위기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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