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정치 미리보는 정국]김대중대통령의 구상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내각제개헌 약속은 살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동안 내각제 개헌논의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보여온 일관된 반응은 이 두마디다. 그러나 ‘약속은 살아있다’와 ‘얘기할 때가 아니다’는 말 사이에는 메워져야 할 부분이 많다. 김대통령의 말은 미묘한 현안일수록 뒷부분에 강조점이 있다.

내각제개헌이 공론화되면 우리 사회가 일거에 소모적인 개헌논쟁에 휩쓸려 힘겹게 구축한 개혁의 기틀은 붕괴되고 개혁분위기는 실종되면서 모든 개혁일정이 헝클어질 것이라는 게 김대통령의 판단이다. 미국내 일각의 대북강경론으로 인한 남북간 긴장고조 및 대량실업에 따른 ‘춘투(春鬪)’재발 가능성도 김대통령이 크게 부담을 느끼는 요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각제개헌이 공론화되면 권력누수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개혁의 고비를 적당히 비켜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않다는 것을 김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올해 정국운영은 내각제개헌 조기공론화를 막는 데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의 활성화를 내걸고 ‘개혁의 마무리’를 호소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세를 확대해 개헌논의를 차단하려 할 것이다.

관건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양해’인데 김대통령은 ‘무릎을 맞대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김대통령의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총리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김대통령의 뜻을 헤아리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기대와 전망이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