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정치 미리보는 정국]김종필총리의 선택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올해는 투쟁과 선택의 해다.

목표는 내각제 개헌. 선택의 대상은 개헌이 안될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갈라서느냐 마느냐의 두가지.

작년말 김총리는 잇단 내각제 발언을 통해 투쟁의지를 과시했다. “내각제 개헌 약속이 지켜지지않으면 몽니(떼)를 부리겠다” “신의를 지키지않은 권력자는 모두 불행해졌다”…. 사석에서는 “필요하면 5·16 할 때 각오로 하겠다”며 전의(戰意)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의지만 갖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김대통령과 국민회의측의 개헌 불가 의사가 분명한데다 경제 사정 등 주변 환경 역시 별로 우호적이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각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 부족은 김총리의 운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그렇다고 김총리가 이렇다할 무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있다면 본인이 언급했던 ‘몽니’정도가 전부인데 대통령제 체제에서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지 의문이다.

결국 김총리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개헌 약속이 안지켜질 경우 김총리가 공동정권에서 갈라서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6대 총선에서 ‘충청권 맹주’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독자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적당히 타협하고 눌러앉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않다. 공동정권의 분열은 김대통령과 김총리 모두의 불행이므로 개헌시기를 연기하는 절충선에서 극적 합의를 보지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래저래 올 한해는 김총리에게 갈등과 번민의 해가 될 전망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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