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처리 안팎]「時限」넘겨도 무사태평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47분


국회는 3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계속 열어 새해예산안에 대한 절충작업을 벌였으나 공공근로사업예산 삭감 등 쟁점을 둘러싼 여야간 논란으로 국회본회의 개의시간을 연기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2일부터 3일 오전3시반까지 계속된 계수조정작업을 통해 예산안에 대한 ‘기술적인’ 계수조정작업은 대체로 마무리.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전10시경 행정자치부 소관 공공근로사업 8천억원 중 2천억원을 깎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정부측이 내놓자 “야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근(朴鍾根)의원은 “야당이 한달동안 문제삼은 부분에 대해 겨우 2천억원을 깎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발끈.

이에 국민회의 간사인 조홍규(趙洪奎)의원이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에게 “야당체면을 고려해 5천억원 정도는 삭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절충을 시도.

그러나 진위원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은 투자규모에 비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실업자들이 겨울을 넘기는데 필요한 공공근로사업예산을 더 이상 삭감할 수 없다”고 기존 방침을 고수.

한편 여야는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예산안 처리전망을 묻자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가서 물어보라. 예산안 처리는 이총재가 버튼만 두르면 된다”고 대답.

반면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는 “예산안 처리여부는 전적으로 정부가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강조.

…2일 변호사 등 전문직에 부가가치세를 새로 부과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3일 이 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1시간여 동안 낯뜨거운 설전.

국민회의 간사인 조찬형(趙贊衡)의원은 “위원장이 정회가 아닌 산회를 선포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목요상(睦堯相)위원장을 겨냥했고 이에 목위원장은 “3당 간사 동의하에 결정한 일인데 무슨 소리냐”고 흥분.

자민련 정상천(鄭相千)의원은 “예산안 통과와 관련된 중요한 법안이라면 당연히 3당총무들이 사전에 지침을 줬어야 했는데 뭘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총무들을 비난. 이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그런 중요한 문제라면 정부와 여당이 챙겼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의원들마다 중구난방.

유일하게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만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이 법안을 처리해줬어야 옳았다”고 자성론을 제기.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의원은 “어제 회의에서 분명히 이 법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는데 일부 신문에 반대한 것으로 잘못 보도되는 바람에 아침부터 집에 욕설을 퍼붓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곤욕을 치렀다”고 하소연.

〈김정훈·공종식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