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銃風수사]與 『관망』 野,격앙속 즉각대응 자제

  • 입력 1998년 12월 1일 19시 25분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측에 ‘북한카드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한성기(韓成基)씨의 법정진술과 이에따른 이총재소환방침이 알려지자 1일 정치권에는 격랑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근거없는 여권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고 이총재는 “굉장한 분노를 느꼈다”고 말해 향후 정국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한나라당은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느라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했으며 여권도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최대한 삼갔다.

이총재는 이날 신임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의 대부분을 총풍사건 수사에 할애하며 여권을 비난했다.

그는 “8월31일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되자 마자 여당이 칼날을 들이댔는데 이번엔 당 체제를 정비하고 재출발하려는 시점에 맞춰 일을 벌였다”며 검찰 소환방침의 저의를 의심했다. 이어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총풍수사를 둘러싼 의문점을 열거하며 “여권이 경제청문회, 새해 예산안처리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총풍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제기된 의문점은 △한씨가 문제의 문건을 유세버스안에서 이총재 옆에 앉아있던 수행비서에게 전달했다고 하지만 수행비서가 한번도 옆에 앉은 적이 없었으며 △지난달 30일 한씨의 재판과정이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것 등 6개항이다.

이런 강경분위기와 달리 한나라당은 총풍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대여강경투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박희태(朴熺太)총무는 이날 여야총무회담에서 총풍사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새해예산안을 다른 정치사안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의원들은 총풍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여권은 총풍사건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인만큼 이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반응이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이미 여야총재회담에서 사법기관의 처리결과를 지켜보자고 합의했고 또 재판에 계류중인만큼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구나 새해 예산안처리와 총풍사건은 별개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국민회의도 간부회의에서 “재판에 계류중인 사안인 만큼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리했으며 대변인의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다. 자민련은 심양섭(沈良燮)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총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한 채 한나라당이 진상규명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양기대·이원재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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