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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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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호를 타고 장전항에 발을 내디딘 순간 관광객들은 ‘경이로운’풍경에 우선 놀란다.
남한에서 온 중장비 운전기사가 현대 깃발을단굴착기로땅을 파면 북한의 근로자가 흙을 나른다. 남한제 자동차가 북한 번호판을 단 자동차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흐뭇한 상황만 있는 건 아니다. 가령 버스키만한 높이의 철조망이 쳐져 있는 길 사이로 관광버스를 타고 가면서 많은 승객들은 ‘단절’의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도 애써 무관심하거나 손을 함께 흔들어야 할지 머뭇거리는 북한 주민의 모습에서 분단은 여전히 현실이었다.
그러나 금강산에서 이뤄지고 있는 ‘작은 통일’은 민족화해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준다. 금강산의 풍경들은 과거 남북 관계 어느 장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전개가 아닐수 없다. 과거 판문점이나 혹은 서울, 평양에서 있었던 숱한 남북간 만남을 보면서 우리는 의례적인 악수와 헤어짐을 많이 봤다. 거기에는 진실성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의한 협상과 전략이 주로 작용했다.
금강산에서 만나는 남북의 민초들에겐 그런 계산이나 전략은 없다. 그저 ‘동포끼리 만나니까’ 무조건 즐겁고 흥이 날 뿐이다.
조상들은 예로부터 금강산을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불렀다. 금강산이 과연 통일과 화합의 발원지가 될지, 금강산의 영험이 이제 정말로 필요한 때가 된 듯하다.
이명재<정보산업부>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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