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정부가 국난극복을 위해 한창 일할 시기에 이 사건이 터짐으로써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대야(對野)공세라는 정치적 오해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자성론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 후 곧바로 안기부를 장악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포함돼 있다.
사정당국의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당선 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협의해 안기부를 장악했더라면 구안기부 세력에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안기부가 지난해 12월 중순 총풍사건을 인지한 만큼 3월 북풍(北風)사건 수사때 이 사건수사도 함께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렇게 했을 경우 당시 구정권의 북풍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한나라당이 정치적 공세를 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당선자시절 권영해(權寧海)당시 안기부장의 보고를 받는 등 안기부 장악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으며 2월25일 정권출범 후 열흘정도 지나서야 이종찬안기부장을 임명했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당선후 곧바로 구안기부 세력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 그동안 여권에 여러가지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이는 뼈아픈 교훈”이라고 말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