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총격요청/의문 3]안기부 고문說 사실일까?

  • 입력 1998년 10월 6일 19시 27분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의 규명보다 여야의 정치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북한측에 남한을 향해 총을 쏴달라고 요청했느냐 아니냐는 사건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린 채 ‘고문공방’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여야는 추석 연휴기간 내내 비상회의를 열고 성명 등을 통해 고문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총격요청사건 자체가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며 계속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권은 이런 태도를 ‘초점흐리기’라고 비난하면서 총격요청의 배경과 배후인물에 대한 수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성기(韓成基)씨의 변호인인 강신옥(姜信玉)변호사가 “한씨 등이 북한측에 총격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사건 자체를 시인한 발언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총격요청 사건의 핵심 의문점들을 총정리한다.》

▼의문 3▼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으로 구속된 한성기(韓成基) 오정은(吳靜恩) 장석중(張錫重) 3인에 대한 안기부의 고문은 사실일까.

이들과 이들의 가족은 물론 한나라당은 4일 새벽 서울지법에서 있었던 ‘고문부위 증거보전을 위한 검증’과 이들과의 면회 결과 등을 근거로 고문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기부는 ‘재소자건강진단부’를 들어 이를 부인하면서 “고문 주장은 허위이거나 중대한 범죄행위를 모면하기 위한 자작극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성기〓한씨는 검증에서 “9월14일 검찰청 1144호 검사실에서 교도관 입회 하에 수명의 안기부 직원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안기부 직원들이 가슴과 양쪽 무릎을 마구 구타했다”며 “목부위와 겹갑골이 부어 있고 허리와 가슴에 통증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가슴부분이 많이 아파 숨쉬기가 어렵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안기부측은 “검찰청사에서 고문당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의 전후인 9월4∼18일 한씨는 구치소 의무실에서 5회에 걸쳐 감기약을 받아 복용하면서도 한번도 무릎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호소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안기부는 또 “8월25일 서울구치소 입소 당시 가슴 팔 다리와 X레이 촬영결과도 정상이었으며 9월23일 어깨 흉부통증을 호소하며 근육이완제를 투여받을 때에도 무릎 상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장석중〓장씨는 검증재판에서 “9월3∼5일 안기부에서 심하게 맞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10여년 전에 자전거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친 일이 있어 그쪽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 부분을 더 때렸다”며 “오른쪽 다리 마비증세는 안기부고문에 의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판사 앞에서 동생 석두씨가 변호사를 통해 제시한 자신의 상처부위에 대한 사진은 자신이 직접 찍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석두씨는 “형님이 안기부 조사를 마치고 회식을 하며 노래방에서 술까지 마셨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무슨 구타와 고문을 했겠느냐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형인 석중씨로부터 “안기부에서 고문 후 독한 술을 먹고 푹 자면 멍이 많이 풀린다면서 술을 먹자고 해 술을 마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기부측은 “장씨가 9월5∼7일(양측이 주장하는 날짜가 다름) 조사받을 당시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나 ‘재소자건강진단부’에 팔다리 등이 정상이고 재소 중 한번도 아픈 곳을 치료해달라고 호소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정은〓오씨의 부인 김은옥씨는 인권단체에 보내는 탄원서에서 “9월16일 안기부에서 남편을 면회할 때 입술 전체가 시커멓게 타서 딱딱한 딱정이가 붙어 있었고 입술 양쪽 피부가 찢어져 그 사이로 피가 보였다”면서 “주먹으로 입을 가격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9월30일 검찰청에서 남편을 면회했는데 남편이 헤어질 때 다리를 휘청거리면서 겨우 걸음을 걸었으며 엉치부분이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기부측은 “9월25일 입소 당시 오씨의 모든 신체조건이 정상이었다”고 밝혔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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