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소유…」토론]『민영화공기업 독립 보장돼야』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38분


《동아일보와 포스코경영연구소는 22일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과 관련, ‘민영화 공기업의 바람직한 소유 및 지배구조’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가졌다.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벌에 의한 공기업 인수의 타당성, 선진형 기업지배구조의 바람직한 형태 등에 대해 학계와 재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정표교수〓공기업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소유 분산을 통한 전문경영자 지배기업으로 민영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벌이 대주주로서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권을 갖게 되면 재벌의 계열기업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수의 대재벌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경제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런 방식의 민영화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한다.

첫째, 민영화된 공기업이 완벽한 소유자 지배기업으로 귀착된다는 문제가 있다. 공익산업적인 공기업이나 국가기간산업이 특정개인의 사기업으로 전락해 사익 증대에 활용된다면 그동안 국가재원으로 육성돼온 공기업의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국민후생 증진에 역행할 수 있다.

둘째, 경제력 집중 현상이 매우 심화될 수 있다. 이는 한국경제의 재벌경제화를 부채질한다.

셋째, 선진형의 경영자 지배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지연될 수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를 ‘경영자 지배기업’을 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공병호소장〓방만한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기업은 형식적이지 않은 실질적인 민영화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경영주체의 등장이 가능해야 한다. 이렇게 등장한 경영주체가 철저히 정치원리를 배제하고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윤 극대화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뤄진다.

1인 지배주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지배주주가 없으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 먼저 경영에서 정치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인사권이 경영 외적인 부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경영자의 의사판단 역시 경영외적인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제 도입이나 경영평가제도의 활성화, 공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과 같은 조치만으로 공기업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다. 공기업의 소유와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지배주주의 출현을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기원교수〓공기업의 민영화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적인 소유 지배구조를 통한 책임전문경영체제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1인당 지분제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3% 7% 등 다양하게 돼 있는 지분제한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로 통일해야 하며 1%까지 낮추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 제한은 매각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보유지분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또 국민주 도입을 적극 시행하고 기관투자가 등 ‘덩어리’ 소유형태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한 소유 분산만으로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재형사장〓공기업 민영화의 기본 취지인 고객가치와 주주가치 증대를 되새겨야 한다. 어떤 지배구조가 우월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전문성과 독립성이라는 두가지 전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견제장치만 제대로 돼 있다면 지배구조 형태는 문제될 게 없다.

▼임웅기교수〓우리의 가족지배 체제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위론을 들어 전문지배체제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지배주주는 꼭 필요하다. 자기 것이라는 의식이 없으면 기업경영은 잘 안된다. 다만 국내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게 문제이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외국 자본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

▼정광선교수〓공기업의 폐해는 관료 정치권의 간섭으로 책임있는 경영을 못한다는 것이다. 소유와 지배의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유에 대한 제한은 민영화 원칙과도 어긋난다. 다만 재벌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지분을 제한하더라도 2,3%로 돼 있는 지분 한도는 10% 정도로 확대해야 한다. 주주의 목소리가 약하면 관치 개입을 부른다.

▼황인학박사〓민영화 공기업과 일반 기업의 소유구조가 굳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대주주가 있더라도 전문경영체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소유구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배구조가 문제다. 우리 기업지배모형이 진화하도록 새로운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정리〓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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