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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9월 1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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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본회의가 열린 날은 33일이다. 여덟달 동안 한달에 나흘꼴로 회의를 연 셈이다.
말이 나흘이지 시간으로 치면 거의 회의를 하지 않았다. 195회 임시회(7월25일∼8월22일)에선 11일 동안 본회의가 열렸지만 1시간 넘게 진행된 날은 3일에 불과했다. 나머지 8일은 대부분 5분 이내에 끝났다.
상임위도 마찬가지.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각종 경제 회생 대책이 폭주했던 재정경제위의 개의 일수는 17일, 노동 관계 안건을 다루는 환경노동위는 16일이었다. 모두 한달에 두번 정도 회의를 가졌다는 계산이다. 가장 바쁘다는 상임위가 이 정도이니 다른 상임위는 보나마나다.
하지만 돈은 꼬박꼬박 타갔다. 의원 1명이 한달에 받는 돈은 8백27만원. 세비 6백만원에 차량 사무실 유지비 2백27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여기에 보좌진 5명의 인건비 1천34만원을 감안하면 의원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매달 1천8백61만원에 이른다.
한달평균 본회의 4번, 상임위 2번이니 회의 한번에 약 3백만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국회 전체로 보면 더욱 그렇다. 올해 국회 예산은 1천5백88억원. 이는 △인건비 9백26억 △헌정기념관 건설비 등 사업비 4백21억 △기준경비 1백25억 △경상사업비 1백16억원 등을 합친 액수다.
그러나 올 들어 국회에서 처리한 안건은 모두 1백9건. 이 중 회기결정의 건이나 법개정에 따라 자동으로 폐지 또는 철회되는 경우 등을 제외한 민생 관련 일반 법률안은 41건에 그친다. 지난 8개월간 법률안 1건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25억8천만원 정도의 세금을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안건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한심하다.
14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3백21건이었다. 반면 정부 제출 법률안은 5백81건이었다. 국회 통과율도 의원입법 법률안이 37%이고 정부입법 법률안은 92%였다. 국회가 입법활동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국회를 ‘통법부’로 비하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실제로 14대 국회에서 표결 처리된 법률안은 전체 법률안 6백56건의 5.6%인 37건에 불과했다. 13대는 4.0, 12대는 4.9, 11대는 4.7%였다. 나머지는 모두 만장일치 처리였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겼거나 회기 막판에 무더기로 방망이를 두드렸다.
이러면서 국회의원들은 행정부를 견제하기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웠고 국정심의보다는 지역주민의 민원과 청탁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 상시개원제와 기록표결제 도입을 촉구한다. 국회를 연중 개원해 그때그때의 현안을 처리하고 표결 과정에서 의원 각자의 입장을 기록으로 남겨 의정활동에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원들과 정부측의 ‘수박 겉핥기’식 질문답변을 막기 위해 일문일답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폭넓은 공감을 사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은 “국회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임위 상시화와 상임위 소위원회의 속기록 작성이 필요하다”면서 “헌법에 정기회와 임시회로 구분하고 있지만 여야가 매달 회기결정을 하면 연중 국회 개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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