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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0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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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헌법상 최상위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가 소집된 것은 94년 4월22일 제9기 제7차회의 이후 4년4개월만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김정일이 대의원들의 추대로 주석직에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2일까지를 ‘김정일 주석 추대 지지 환영 월간’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선전활동을 펴왔다.
김정일이 주석직에 오를 경우 94년 7월8일 김일성(金日成)사망으로 공석으로 남아 있었던 주석직이 채워지면서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이어지는 북한 통치권력의 승계가 마무리되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부자세습의 실험이 끝나는 것이다.
주석 선출이 김정일의 힘과 위상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은 이미 지난해 10월 당총비서로 추대돼 북한체제를 거의 완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넣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다만 북한 정권수립 50주년 기념일(9월9일)을 앞두고 주석직 선출을 통해 자신의 위상과 북한체제의 견고함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심사는 김정일이 주석직에 오를 경우 시정연설을 통해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체제의 장래와 향후 남북관계에 관한 그의 입장이다. 그는 92년 4월 인민군 창건 60주년 기념 열병식 때 “전체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는 짤막한 말을 한 것을 빼면 지금까지 공식석상에서 연설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김정일이 보다 완화된 대남정책을 표방할지도 모른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그가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통치자가 됐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뭔가 물질적인 보상을 해줘야 할 필요를 느낄 것이고 따라서 이같은 필요성이 남북 경협과 교류에 있어서 보다 신축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란 얘기다.
이들은 어쩌면 김정일이 시정연설이나 이와 관련한 언급을 통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일련의 대북제의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응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