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13분


국민회의 내부에서 자기개혁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이 제반 분야의 철저한 개혁을 위해서는 ‘제 살을 도려내는’ 각오가 불가결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사정(司正)과 개혁의 지지부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돼온 터에 집권여당에서까지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것은 김대중(金大中)정부의 개혁차질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김대통령은 이를 경청하고 스스로 주변부터 먼저 개혁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마침 경성그룹 특혜대출 비리에 연립여당 정치인들이 다수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여권 정치인 등 관련혐의자 12명의 명단까지 공개했으나, 여권은 ‘무분별한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검찰은 사실 여부를 한 점 의혹없이 가려내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그러나 검찰은 경성그룹측의 진술을 상당부분 확보해 놓고도 ‘돈이 건네졌다는 물증이 없다’며 미적거리고 있다. 검찰이 여당이나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동안 검찰은 기아비리 청구비리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선정비리 등의 수사에서 야당쪽 관련혐의자들을 간헐적으로 흘리면서도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검찰의 그런 이중적 자세는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않는 것도 아니다’는 세간의 불신을 키워 왔다. 검찰은 매번 ‘물증이 없다’는 식으로 둘러댔지만 검찰의 애매한 태도는 청와대의 확실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국민은 갖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김대통령이 결단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야 한다. 물론 검찰은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특히 정치인 수사에서 청와대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이 검찰의 현실이기 때문에 국정 최고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차제에 ‘성역없는 수사’를 확실하게 지시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과거를 일절 묻지 말고 앞을 향해 뛰자고 국민을 설득하든지 가부간에 결심을 해야 한다.

웬만한 비리만 터지면 정치인 관련혐의가 어김없이 거론되고, 정치인 비리만 나오면 늘 흐지부지 넘어가는 한심한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국민의 정치불신을 줄이고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정치권 비리를 끝까지 추적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정치권의 개혁 없이는 다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의 비리사건과는 정반대로 여당 정치인들의 관련의혹이 집중 제기된 경성그룹사건은 김대중정부의 개혁의지를 시험하고 개혁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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