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현황-전망]정부, 환율 직접개입 주저

  • 입력 1998년 7월 27일 19시 50분


‘달러화를 팔 사람은 서둘러 팔고 살 사람은 기다리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외환시장을 표현하는 말이다.

달러화는 넘치는데 사겠다는 주문은 뚝 끊어져 원화 값이 급등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외환딜러들은 “이런 상황에서 원화 환율이 얼마까지 떨어질지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시장에만 맡긴다면 현재의 하락추세를 막지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달러당 1천2백원선이 무너지면 급전직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외환시장 상황〓27일 현재 국내기업들이 은행에 맡겨놓은 달러화예금(거주자 외화예금)은 약 1백1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 여기에다 최근에는 월마트 등 국내 기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의 기업인수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월말이 되면서 원화자금이 부족해진 국내 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내다 팔면서 원화 환율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대부분 달러당 1천4백원대 이상에서 매입했기 때문에 지금 팔면 손해를 보지만 어쩔 수 없이 달러 매도주문을 내고 있다.

▼전망〓외환컨설팅업체인 핀텍의 이재줄(李在茁)부장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7월중 수입도 작년 동기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며 “달러 공급초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환율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장은 달러당 1천2백원선 붕괴는 시간문제이며 단기적으로는 1천1백8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딜러들은 “시장의 자율적인 힘으로는 환율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는 부작용이 따르지만 지금은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환율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도 아직은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