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도발]軍部 충성경쟁? 체제유지 몸부림?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49분


북한은 지난달 22일 발생한 잠수정 침투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무장간첩을 왜 다시 침투시켰을까.

이번 사건을 일으킨 북한의 저의에 대해선 두가지 분석이 있다. 우선 9월9일 정권창건기념일에 즈음한 김정일(金正日)의 주석직승계를 앞두고 군부 등이 요인납치나 테러와 같은 충성심 과시를 ‘선물’로 바치려고 상식의 허를 찌르는 도발을 꾸몄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간 긴장 고조가 체제존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고 꾸민 의도적 도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더 큰 틀에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일 때는 늘 이면에서 뭔가 우리에게 적대적 행동을 기도해왔다”며 “이는 북한의 대남전략이 불변임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70년대 초 남북적십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김영삼(金泳三)정부시절 우리가 쌀 15만t을 주었으나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됐던 일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이 방북했을 때 그를 환대한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대남담당비서가 속초 앞바다에 잠수정을 침투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침투행위를 하고도 내일 당장 식량을 달라거나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며 손을 내밀 것”이라고 북한의 이중전술을 지적했다. 북한이 화해협력을 말할 때에도 결코 ‘적화(赤化)’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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